10억 빚내 집 사라고?… 송영길 ‘LTV 완화’ 파문 확산

입력 2021-04-28 04:06 수정 2021-04-28 15:04

여당 유력 당권 주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발언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LTV를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에 ‘빚내서 집 사라’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해 LTV를 70%로 완화했던 점을 빗댄 것이다.

그런데 같은 LTV 완화라도 정도가 다르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최경환표 정책 시행 때만 해도 3억3000만원 정도 빚을 내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었다. 빚쟁이가 되기는 하지만 못 갚을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반면 송영길표 정책이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10억원은 빚을 내야 서울시내에 입성할 수 있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안이한 판단으로 대규모 ‘하우스 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TV 90% 주장의 비교 대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행된 시기는 2014년 7월이다. 당시 기재부는 최 전 부총리 취임 직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LTV를 70%로 일괄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도권의 경우 50%로 제한돼 있던 LTV가 20% 포인트 늘어났다.

조정 효과는 어땠을까. 27일 KB부동산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4년 7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7399만원이었다. 기존대로라면 2억37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LTV 조정으로 3억3179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늘어났다. 수도권 역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3억2926만원)에 바뀐 LTV를 대입해 2억3048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억원 정도 종잣돈에 2억~3억원 정도 대출을 받으면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현 시점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송 의원이 LTV 완화 카드를 제시한 이유도 팍팍한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인 무주택자라는 단서를 달아 서민을 위하겠다는 명분도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빚이다.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을 허용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1123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LTV 90%를 적용할 경우 10억11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집 없는 서민 입장에서는 1억원 정도 종잣돈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경제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면서 시중 금리가 오름세를 띠고 있는데 이 경우 빚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커다란 폭탄을 서민에게 던져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무주택자에게 ‘폭탄 돌리기’를 시키는 형국이 될 것이다. 향후 집값이 하락하면 빚내서 집 산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어 보인다”고 혹평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