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인 A그룹 창업주 B씨는 회사 이익이 급감했을 때에도 연간 15억~2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급여를 받았다. 같은 기간 다른 임원들의 급여는 연간 1억~2억원 수준이었다. B씨는 다른 공동대표와 달리 퇴직 직전 급여가 대폭 인상돼 수백억대 퇴직금까지 챙겼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A사는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에 인력과 기술을 헐값에 제공하는 등 이익을 몰아줬다. 직원 출장비 명목으로 환전한 수백만 달러는 해외 체류 중인 가족의 유학비로 썼다.
C사 사주는 자녀들에게 자사 주식 100%를 증여하고,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액의 절반 가격에 D사에 넘겼다. 자녀들은 앉아서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사주는 토지 양도로 손해가 생겼다고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고, 자녀들은 저가 취득에 따른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사주로서 특권을 남용하거나 변칙적 수법을 써서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과 특수관계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에는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물론 유명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비정상적 고액 급여·퇴직금 수령과 법인 무형자산 편법 거래, 불공정 부동산 거래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변칙 증여 혐의자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기업자금으로 최고급 아파트와 슈퍼카 등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일삼기도 했다.
이번 조사대상 30명과 그 특수관계인의 주식과 부동산 자산은 2019년 기준 9조2463억원으로 2015년 대비 46.8% 증가했다. 또 사주의 1인당 연간 급여는 근로자 평균급여(3744만원)의 35배에 이르는 13억원 수준이었다.
국세청은 사주 일가에게 주는 과도한 퇴직금은 법인의 이익을 사주가 독식하는 것으로, 법인세 탈세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로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 등 특정 임원의 보수가 100만 달러를 넘으면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의 자산을 부모와 자녀 세대로 분리해서 보면 자녀 세대의 자산 증가율이 50.7%로 부모 세대(41.4%)를 앞질렀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 세대의 부동산 자산 증가율은 110.4%나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반칙과 특권을 통한 불공정 탈세에 대해 조사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