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화문광장 공사 안 뒤집겠다는 오세훈의 합리적 결정

입력 2021-04-28 04:05
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전임 시장이 추진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기로 했다. 일부 보완은 하지만 현재 계획된 재구조화의 큰 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를 들어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고, 잘한 결정이라는 판단이 든다. 이 공사는 이미 지난해 11월 착공돼 34%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도 250억원이다. 당초 오 시장은 이 공사를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재구조화 공사 전의 광화문광장은 그가 시장으로 있던 2009년에 조성됐다. 본인이 애착을 가졌던 사업인 만큼 재구조화 공사를 반대하는 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이 공사를 중단시키지 않은 것은 예산 낭비 때문이다. 재구조화 공사를 중단하고 돈을 더 들여 원상복구하면 400억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이 400억원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또 재구조화를 넘어 완전히 뜯어고치는 전면 재검토 방안도 검토했는데, 이 경우 공사가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또 다른 사회적 갈등 사안이 될 것을 우려해 역시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 재구조화 계획을 바탕으로 하면서 역사성을 가미하는 등 일부만 보완한 것이다.

오 시장의 이번 결정에는 행정의 연속성도 고려됐다고 한다. 자신이 재임하던 때 의견수렴을 충분히 해서 광화문광장을 만들었는데, 전임 시장이 이를 뒤집고 재구조화 공사에 나선 것 자체가 행정의 연속성을 무너뜨린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이번에 재구조화 결정을 다시 뒤집으면 이 또한 행정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꼴이 되기에 결국 전임 시장 측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오 시장 말이 백번 옳다. 그동안 행정부든, 지자체든 수장이 바뀔 때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전임 수장의 업적을 지우려는 시도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로 인한 세금 낭비나 행정력 소모는 또 얼마나 컸던가. 이번 서울시 결정을 본보기 삼아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행정이 아닌, 합리적이고 시민을 위한 행정이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