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환치기 등 이용 서울 아파트 55채 쓸어 담은 외국인들

입력 2021-04-28 04:04

중국인 A씨는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비트코인 ‘환치기’ 수법을 이용했다.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활동하는 환치기 조직은 A씨가 중국에서 조직원 통장에 입금한 위안화 768만 위안으로 중국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이를 국내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지갑으로 전송했다. 이후 환치기 조직은 국내 거래소에서 이를 매도해 A씨에게 4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A씨는 이렇게 불법 반입된 자금으로 서울에서 1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취득했다. 관세청 조사 결과 A씨가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는 외국보다 비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서울세관본부는 최근 3년간 서울 시내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치기나 관세 포탈 등 범죄자금으로 아파트를 매수한 17명(16채, 176억원), 외환당국에 부동산 취득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를 취득한 44명(39채, 664억원) 등을 적발했다.

서울세관은 이와 함께 외국인 부동산 자금 출처 조사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 10개를 포착해 추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불법 외환 이전에 이용하는 신종 환치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조직이 지난 5년간 이전한 자금 규모는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서울세관은 일부 외국인이 불법으로 자금을 반입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이번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시가 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샀으나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외국인을 파악해 외화송금내역 분석,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벌여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들의 아파트 매수 지역은 강남구가 13건(315억원)으로 가장 많고, 영등포구 6건(46억원), 구로구 5건(32억원), 서초구 5건(102억원), 송파구 4건(57억원), 마포구 4건(49억원) 등이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 지역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적발된 외국인 국적은 중국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9명, 호주 2명, 기타 6명 등이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면 외국환은행장(외국환송금 시중 은행) 또는 한국은행 총재에게 자본거래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미신고 금액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세관은 수출입 가격을 조작해 관세 등을 포탈한 외국인에게 세액을 추징하고, 포탈 액수가 큰 외국인은 검찰에 고발하거나 행정처분 기관에 통보했다.

또 부동산 매수자금을 불법으로 반입하는 통로가 된 환치기 조직 10개에 대해 수사를 마치는대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해외 자금을 반입하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고 불법 환치기 조직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