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지난해 10월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SK하이닉스의 새로운 꿈’을 제시했다. ‘기술을 통해 인류 삶의 질을 높이고,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가 되겠다’는 비전이었다.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첨단기술을 개발해 회사의 경제적 가치(EV)를 높이고, 동시에 기술을 기반으로 환경 문제 해결 등 사회적 가치(SV)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업경영에서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수익창출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 SK는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와 ESG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철학이다.
우선 EV 창출을 위한 지향성은 디램과 낸드의 양 날개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속가능한 기반을 탄탄히 갖추고자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낸드 열위 극복이 과제인 SK하이닉스와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하고자 하는 인텔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계약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현재 SK그룹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ESG다. 환경, 사회기여, 기업지배구조에서 모두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갖춰야만 투자는 물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중장기 추진 계획인 ‘SV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기업문화’ 등 4대 SV 창출 분야를 정하고 각각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우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최근 가입한 RE100을 실행할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또 최근 SK하이닉스는 환경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 목적 채권인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협력회사들과 공유하여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SV 활동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은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 협력회사들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 반도체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해 반도체 밸류 체인 전반에서 글로벌 톱클래스를 지향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