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성윤 포함 총장 심사대상 10여명 명단 추천위 전달

입력 2021-04-27 04:05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언급했다가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포함된 심사대상자 10여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한 추천위는 오는 29일 첫 회의를 열어 최종 후보를 3~4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새 총장은 빠르면 다음달 말쯤 임기를 시작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26일 오전 추천위 위원들에게 심사대상자 명단과 심사 자료를 전달했다. 지난달 진행된 국민 천거 절차에서는 이 지검장을 비롯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한동훈 검사장 등이 추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를 진행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검증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인사를 제외한 심사대상 명단을 추천위에 보냈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명단은 비공개”라고 밝혔지만 이 지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 운영규정에는 ‘법무부 장관이 천거된 인사들 중 검찰총장 후보에 적합한 사람을 심사대상자로 제시한다’고 돼 있다. 일각에선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이 심사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대상자 전원의 심사자료를 그대로 추천위에 보냈다”며 “장관이 일부 명단을 선별해 보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장관이 관례적으로 명단을 보내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검장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긴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과 맞물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장관은 앞서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한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밖에서 무슨 비판을 하든 ‘우리 편’ 총장을 앉히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지적하는 부분을 유념하겠다”며 “정치검찰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고 말했다.

추천위원들은 전달된 심사 자료를 살펴본 뒤 오는 29일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 3명 이상의 최종 후보군을 추려 박 장관에게 추천한다. 박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및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하면 새 총장은 5월말이나 6월초쯤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이 추천위에서 총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총장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