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대책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발언에 분노한 ‘2030 코인 민심’ 눈치만 살핀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6일 가상화폐와 관련한 발언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오영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통한 투자자 불안 가중보다는 가상자산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는 구체적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고 특히 청년들과 소통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언급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인식은 가상화폐를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으로 규정하는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앞서 은 위원장이 9월 가상화폐 거래소 대거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투자자들은 ‘은성수의 난’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분노했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준비 없이 과세부터 하겠다고 하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라며 과세 유예를 주장했다. 한 재선의원은 “실체가 무엇이든 이미 9000개에 달하는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며 “주식거래에 준하게끔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온도 차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여권이 빠져 있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가상화폐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설 경우 이를 규제로 인식한 2030 투자자의 저항이 예상된다. 여당은 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암호화폐 금지법’ 발언으로 지지율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반면 급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가상화폐 시장을 그대로 두자니 만만치 않을 부작용이 부담이다. 이미 ‘코인 사기’ 피해가 비일비재하고, 최근 가격 급등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사례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이미 상용화가 시작된 가상화폐 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논의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정책 혼선을 빚는 사이 야권에서는 가상화폐 이슈 선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제도화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전문가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을 수수방관하고 책임을 면할 방법만 강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현수 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