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개막하는 7월 23일은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정확히 만 17세 3개월이 되는 날이다. 메달을 딴다면 역대 최연소 남자 양궁 메달리스트가 된다. 그보다 어린 나이에 메달을 딴 선수는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역사를 통틀어도 여자 선수 서향순 1명뿐이다. 심지어 신궁(神弓)으로 불린 김수녕이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의 나이도 김제덕보다 2개월이 많았다.
김제덕은 지난 23일 막을 내린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3위를 차지해 남녀 각각 단 3명에게 주어지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마지막 한 발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초접전 끝에 얻은 결과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활을 잡았으니 햇수로 8년만에 얻어낸 결과다. 국민일보는 선발전 뒤 경북 예천 자택에 돌아가 휴식 중인 그와 26일 통화했다. 약 3개월만에 나눈 인터뷰였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기까지 김제덕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국민일보 2021년 2월 10일자 23면 참조). 어깨 관절을 크게 다쳐 2019년 대표팀 선발전을 중도 포기하면서 올림픽 진출도 다음 기회로 미룰 뻔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회가 미뤄지면서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새로 치른 1·2차 선발전을 모두 1위로 마칠 때만 해도 무난하게 도쿄에 갈 수 있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뒷일도 순탄치는 않았다. 8위 안에 들어야 했던 지난달 3차 선발전에서 내내 5위를 유지하다가 대회 마지막 날 오전 크게 부진하면서 종합순위가 9위까지 떨어졌다. 김제덕은 “부담도 있었고 대표팀에 꼭 들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오전 성적이 12명 중 11위였다”며 “오후에 마음을 좀 내려놓고 편안하게 했더니 1위를 했다. 마침 비가 와서 활도 더 잘 들어갔다”고 복기했다. 그는 종합성적을 5위로 다시 끌어올려 도쿄행 불씨를 살려냈다.
이번 대표팀 평가전도 화살 단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선발전에서 살아남은 8명 중 도쿄에 갈 최종 3인을 가리는 자리였다. 10점 짜리를 경쟁선수보다 단 한 발 더 맞힌 그는 동점 상황에서 평균 점수가 높아 3위를 차지했다. 한 발이라도 삐끗했다면 도쿄행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을 뻔했다. 김제덕은 “운이 여러 번 따른 셈”이라면서도 “운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연습을 그만큼 해왔고 마음을 다르게 다잡았기 때문”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올림픽 출전이 결정되고서 또래라면 축하 기념으로 외식이라도 할 법하지만 김제덕은 그 흔한 케이크조차 먹지 않았다. 양궁을 하는 선후배 동료에게 말로 축하를 받은 게 전부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어 올림픽 때까지는 훈련장과 집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께는 소식을 꼭 직접 전해드리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면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함께 도쿄로 가는 선배 김우진은 그와 띠동갑, 오진혁은 그와 무려 스물세 살 차이다. 김제덕을 가르쳐온 황효진 코치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 김제덕은 “진혁이 형(오진혁)에게는 삼촌이라 부르는 게 더 맞겠지만 선수로서 편하게 지내야 하고 친해지고 싶은 것도 있어서 형이라 부른다”며 웃었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 올림픽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면서 “열심히 해서 올림픽 때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