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사진)은 스스로 “영어 못한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청중은 그의 영어에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보냈다. “브래드 피트, 마침내 만나게 됐군요. 저희가 영화 찍을 땐 어디 계셨나요.” 윤여정의 수상 소감 첫마디다. 상투적인 인사말 대신 이날 처음 만난 ‘미나리’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 이야기를 꺼내며 ‘아이스 브레이킹’부터 한 것이다. 이어 “내 이름은 여정 윤인데, 유럽 사람들은 ‘여영’이라거나 ‘유정’이라 하더라.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백스테이지에서 한 외신기자가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향기가 났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자 “그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는 뼈있는 말과 함께 웃어넘겼다.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윤여정의 화법은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때도 화제가 됐다. 윤여정이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영광”이라고 말하자 해외에선 ‘새비지 그랜마’(Savage Grandma, 거침없이 솔직한 할머니)라며 환호했다.
국내 2030세대는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 ‘휴먼여정체’(거침없고 솔직한 말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그의 말에는 가식이나 권위가 없다. 연기에 대해선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것” “돈이 필요할 때 명연기가 나온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나이 듦에 대해서도 “60세가 돼도 인생은 몰라요.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야”(tvN ‘꽃보다 누나) “돈이나 명성이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사람들, 내 친구들이 중요하다”(미국 ABC 인터뷰)고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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