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변했는데… ‘3년 전 봄’ 재연 안 바꾸는 정부

입력 2021-04-27 04:03
김창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영상회의실에서 남북 영상회의 시연을 하고 있다. 이번 시연은 북한과의 비대면 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남북회담본부와 판문점 평화의집을 영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연합뉴스

판문점선언 이후 3년이 흐른 현재 미국과 일본은 ‘신밀월’ 관계를 맞았고, 중국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기존 남·북·미 3각 구도에서 다자 이슈로 전환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새롭게 정립되는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등 북핵 이슈를 북·미 관계에서만 해법을 찾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제정세에 대한 면밀한 분석, 전략 마련이 필수적인데, 이른바 ‘3년 전 봄’을 재연하는데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대북정책은 일단 트럼의 개인의 명예를 위해 추진됐던 측면이 있었다. 최고지도자의 담판에 의해 모든 방안을 마련하는 소위 ‘톱다운’ 전략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야의 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대북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안보’ 문제로 전환됐다.

여기에 일본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상수’가 됐다. 미국이 북한 문제 접근에 일본을 적극적을 끌어들이면서 과거 소외됐던 일본 정부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의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6일 “대북정책이 한반도 이슈이고 미국도 이런 특수성을 이해하지만 미국의 주안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라며 “이런 안보 위협에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북한 문제에서 한·일의 중요도가 동등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선 마뜩치 않아도 북핵 문제에 있어서 일본과의 협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정부 의지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최근 토론회에서 “(일본이) 일관되게 자기들 주장만 하며 한국 정부를 매도했다. 일본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고 발언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에 대해 “반일 감정을 활용하려는 동력이 있어 보인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할 얘긴 아닌 것 같다”며 “정부가 임기 말이고 대선도 다가오는 만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를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재편하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지만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대북정책에서만 인권 문제를 배제하라고 할 수 없는 셈이다.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통해 양국은 인권 문제에서 인식차를 확인했고, 이는 공동성명에 북·중 인권이 담기지 않는 형태로 드러났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및 교류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미와 긴장모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속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고, 일본과의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면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며 “한·미동맹 안에서 우리 국익을 기준으로 어젠다를 갖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위 전 본부장은 “한·일 관계 해법을 민간에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