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선거 참패 후 1세대 1주택 고령자 세 부담 경감 차원에서 ‘부동산 과세 이연제’ 도입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행정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의의 향방이 주목된다.
26일 부동산 세제 완화 방향을 둘러싸고 여당 내에서도 연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중에서도 과세 이연제 도입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대권 잠룡인 이광재 의원,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모두 해당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용우·정일영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과세 이연제는 급격히 상승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를 낼 여력이 없는 고령의 1주택자, 즉 ‘선의의 피해자’들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택을 매매하거나 상속, 증여할 때까지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종부세 납세자 수와 세액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분납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의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종부세 분납을 신청한 개인은 8252명으로 전년(1714명)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도 공감을 표한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과세 이연은 세 부담 자체를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 부담을 하는 시점만 변경하는 것이므로 타당한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해 검토하겠지만 당장 운용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선 과세 이연을 위해서는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데, 매년 집값 변화에 따라 담보 설정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했을 때 비용 부담 문제, 상속 후 자녀가 납부를 피하는 경우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세수 측면보다는 행정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아 실무자들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과세 이연제가 도입되면 기존 공제·분납제도도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저소득·고령자의 납부유예 제도의 목적이 현행 1세대 1주택 고령자 공제 및 장기보유공제, 분납제도와 유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