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휴가 계획잡는 미국… ‘코로나 생지옥’ 인도·베네수엘라

입력 2021-04-27 04:03
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코로나19 환자가 26일(현지시간) 치료를 위해 병원 앞에서 대기하면서 차 안에서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다. 인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35만명을 넘어서면서 6일 연속으로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병상 확보, 백신 공급 등 의료 시스템 격차에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신을 맞은 미국인은 이르면 올여름부터 유럽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기 직전인 인도, 베네수엘라 등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확산에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맞는 백신은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EU로의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접종이 이뤄지는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3종으로 모두 미 질병통제센터(CDC)와 유럽 지역 내 의약품 규제 당국인 EMA의 승인을 받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여행 재개 시점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다. 다만 미국 내 접종 속도를 미뤄볼 때 이르면 올여름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6월 중순쯤 집단면역을 이룬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데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여행 재개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과 EU 모두에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확진자가 급증하는 인도, 베네수엘라 등은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치료제, 백신, 산소 등 필수 의약품이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26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5만2991명으로 일 최다 확진 기록을 경신했다. 신규 사망자 수도 28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수치도 실제보다 덜 집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의 상황을 추적해 온 미시간대 감염병학자 브라마르 무케르지는 NYT에 “연구 결과 실제 사망자 수는 보고된 수치의 2배에서 5배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우 변이 감염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BC는 인도 대부분 병원 병상이 완전히 부족해 환자들이 집에서 머물기를 강요받고 있다고 전했다.

각자도생이 유일한 생존법이 되면서 산소통,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 가격은 암시장에서 폭등하고 있다. 산소 실린더는 1개당 670달러로 평소 8~1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12~53달러에 팔리던 치료제 렘데시비르(100㎎)도 330~1000달러까지 폭등했다.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한 코로나19 환자와 감염에 대비해 미리 사두려는 수요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봉쇄 조치를 해제한 이후 지난달부터 확진자가 1000명대로 폭증하기 시작한 베네수엘라 상황도 마찬가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립병원의 엑스레이 장비 중 92%가 작동하지 않고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68%에 달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환자가 산소, 항생제, 식염수 등 의약품을 스스로 구매해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판아메리카보건기구(PAHO) 관계자 시로 우가르테는 “일부 보건 기관에선 산소조차 충분하지 않은 탓에 환자들이 직접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돈이 없으면 심각한 경우엔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