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암호화폐 위험성을 경고하며 투자자 보호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힌 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는 투기 대상에 불과한 가상자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하지 않은 거래소는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충격을 줬고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다음 날 게시된 은 위원장 자진사퇴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불과 3일 만에 13만여명이 동의 서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은 위원장의 말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보장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진 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했다. 일부에서 가르치려는 식의 말투를 들어 꼬투리를 잡고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그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장 30분 만에 상장가의 100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곧바로 곤두박질치는 종목이 나올 정도로 투기성 거래가 일상화돼 있다. 지난 24일 거래액은 28조원으로 23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액을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다. 단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20~30대를 중심으로 가입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거래소는 200곳가량이 문을 열었고 각종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상장과 상장폐지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투자자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투자를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전적으로 투자자 몫이다. 그렇다고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데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서다. 투기를 억제하고 불법 행위나 사기 피해를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암호화폐 투자 개인 책임이나 금융 왜곡 방치해선 안 돼
입력 2021-04-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