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관계자와 잘 아는 사이라 말씀드리는데, 조만간 이곳에 저희 코인이 상장할 예정입니다. 지금 사두시면 몇 배로 오릅니다”
최근 암호화폐 투자가 인기를 끌며 시장 규모를 키워가는 가운데 ‘사기 투자’ 주의보도 동시에 울리고 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12월 개설한 상장 사기 제보 채널을 통해 접수된 상장 사기 의심 사례 61건, 9가지 유형을 26일 공개했다.
가장 많은 피해가 난 유형은 ‘조만간 업비트에 상장한다’는 문구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이 이 유형에 당했다. 이들은 카톡 오픈채팅이나 인터넷 사이트 통해서 오는 이런 거짓 문자들에 속아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에 코인이 상장되면 당일 ‘펌핑(순간적인 과매수에 의한 시세 급등)’으로 인해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악용하는 유형이다. 실제로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들은 상장 직후 가격이 폭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업비트 상장이 주는 마력은 또 다른 사기를 낳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소형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해놓은 뒤 ‘업비트에도 추가 상장한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시세를 조작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형 거래소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순간적인 가격 폭등을 유도하기 쉽지만 이에 현혹돼 고점 매수를 하게 되면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받거나 다단계로 코인을 판매하고 잠적하는 경우, 투자금을 받은 뒤 투자 권유에 사용된 메신저 오픈채팅방이나 중개 사이트를 폐쇄해 연락을 끊는 수법도 빈번했다.
상장 예정 프로젝트의 공시 정보를 사전에 유출해 시세를 조작하는 유형의 경우 대중에 공개되기 이전 특정 집단에 미리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공시 내용을 알고 있던 이들이 코인을 미리 매집해 시세를 올리고, 정식 공시를 보고 매수한 투자자들은 정상가보다 높은 시세에 코인을 사들이게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업비트 직원을 사칭해 특정 코인을 상장시켜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이를 빌미로 상장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상장 문의 공식 이메일 계정(listing@upbit.com)을 도용해 사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상장 접수를 받고 상장비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상장이 확정된 경우에만 업비트 공지사항으로 이를 고지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