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지원 표방 자유조선… 트럼프 행정부에 버림받았나

입력 2021-04-27 04:06
자유조선 리더이며 한국계인 에이드리언 홍 창(왼쪽)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인도주의적 활동을 인정받아 부시 당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 자유조선을 위한 자유 홈페이지 캡처

흔히 자유조선을 ‘반북(反北)’ 단체로 표현한다. 그러나 북한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참혹한 상황에 빠뜨린 김정은 정권만 겨냥하기 때문에 ‘반(反)북한정권’ 단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권 단체라는 평가도 있다. 크리스토퍼 안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구조를 돕는 게 나의 목적이었다”면서 “나는 ‘김정은 정권을 타도한다’라는 생각 같은 것은 구체적으로 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유조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에이드리언 홍 창이다. 그는 미국 명문 예일대에 진학한 뒤 북한 인권 문제에 빠져들었다. 결국 예일대를 중퇴하고 본격적으로 북한 인권 활동에 나섰다. 2019년 3월 1일, 그는 자유조선을 세웠다. 그러면서 더욱 과감해졌다. 자유조선은 북한 망명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수행하는 작전 수위도 높아졌다. 자유조선이 설립된 날짜에서 그의 한국적 민족의식을 읽을 수 있다. 바로 1919년 3·1운동이 100년 되는 날을 기념해 자유조선을 세운 것이다.

한 자유조선 회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자유조선은 월급도, 직함도, 본부도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는 전략과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조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돈키호테’식이며, 모험주의적인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자유조선과 미국 정부의 관계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자유조선은 미국 국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2019년 2월 22일 발생했던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 사건을 계기로 자유조선과 관계를 끊었다는 것이 정설로 보인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 사건에 대해 CIA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났지만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대사관 진입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자유조선과의 관계를 단절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로스앤젤레스·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