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종전선언과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 비핵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부푼 꿈을 꾸게 했던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27일로 3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출한 4·27 판문점선언은 추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물을 낳았지만 3년이 흐른 지금 대내외 정세의 급격한 변화 등에 파묻혀 상당부분 이행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맞았다.
판문점선언의 합의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폭파하면서 1년9개월 만에 사라졌고, 정례화를 약속했던 남북 정상회담은 그해 5월과 9월 두 차례 성사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종전선언은 미국의 묵묵부답으로 인해 숙제로 남았다.
그 사이 북한은 판문점선언의 후속 격인 9·19 남북 군사합의를 수차례 위반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다. 판문점선언 이행의 일환으로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판문점선언 후 3년이 흐른 지금 문재인정부가 최대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운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북·미 교착상태 장기화와 코로나19, 임기 말이라는 ‘삼중고’를 맞으며 뒷심을 잃고 미완성으로 남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남북 관계에 있어 비핵화 협의의 당사자인 미국은 절대적인 변수다. 정권교체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연속성을 잃었고, 이것이 북·미 교착상태가 이어지게 만들면서 남북 관계 진전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조만간 공개되겠지만, 특별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5일 “북·미 관계가 헛바퀴를 돌고 문재인정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북한으로선 판문점선언 3주년이 돌아옴에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 비핵화, 대북제재 유지, 북한 도발시 상응조치 3가지를 기본 틀로 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유연하게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이 만족할만한 조건이 아니다”고 예상했다. 미 조야에서도 핵군축회담이 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고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에 안보 위협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도 남북 관계에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나쁠 때 대북정책이 진전을 보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북·중이 밀착하고 그만큼 북·미가 멀어지면 비핵화 협의가 나아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인권탄압에 대한 공동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봉쇄조치도 난관이다. 7월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은 북한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정부는 ‘방역협력’을 내세워 백신 지원도 언급했었다. 그러나 국내 백신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이런 구상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자취를 감췄다.
임기 말이라는 시점도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미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를 이어간 것처럼 우리나라도 대선 국면을 맞으면 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신정부와의 조율을 고려해 관망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악조건을 반전시키려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교수는 “(기존의) 북·미 합의에서 출발하겠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선언해주는 게 중요하다. 가능성이 없는 제안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이런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게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고 주문했다.
김영선 손재호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