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트코인 숨고르기… 김치프리미엄 다시 꿈틀

입력 2021-04-26 04:02

비트코인의 국내 시세가 지난 주말 소폭 상승하자 2018년 대폭락장과는 달리 조기 반등이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제 거래 시세는 5만 달러 선도 넘지 못한 채 하락 추세다. 국내에만 한정된 ‘이상한 반등’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던 ‘김치 프리미엄(김프)’이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서 일어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25일 오후 비트코인은 60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금융 당국의 과세 강화 움직임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거래소 전면 폐쇄 가능성’ 발언 이후 6000만원선이 붕괴된 것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것이다. 그러자 관련 커뮤니티에선 “폭락은 없다” “저가 매수의 기회” 등 기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다수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해외 비트코인 시세는 이런 기대감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4만9682달러(약 5552만원)에 불과했다. 비트코인 가격 회복 속도보다 김프 상승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마치 시세가 반등한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2일 개인투자자의 대량 패닉셀로 5996만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23일엔 월중 최저가인 5496만원을 기록했다가 6090만원으로 마감했다. 이어 6085만원(24일), 6059만원(25일)으로 횡보하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거래 가격은 5764만원, 5708만원, 5586만원, 5552만원으로 하락했다. 국내와 해외 거래 가격의 차이인 김프가 4.0%에서 9.1%로 확대되면서, 급락 이전 수준에 가깝게 돌아간 것이다. 업계는 김프가 10%를 넘어서면 ‘버블 위험’ 초입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시세 변동 폭에 비해 김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코인 가격이 반등에 성공했다기보다는 ‘국내 거래소 코인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량은 은 위원장의 발언이 있던 22일 2만500개 수준에서 24일 9100개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비트코인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비트코인 시세를 더 민감하게 추종하는 알트코인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비명을 질렀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비트코인보다 ‘한 방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알트코인을 대량 매수했다 ‘물린’ 투자자가 많아서다. 알트코인들은 폭락 전과 비교하면 30% 안팎으로 시세가 하락했다. 폭락 두려움에 패닉셀 행렬이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 손실은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젊은 층은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해왔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높은 가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훈 강준구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