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국민일보 4월7일자 16면 참조).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한다. 이 문구대로라면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는 김범석 의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김 의장이 미국 국적으로 동일인으로 지정한다해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국민일보 보도 해명자료에서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부당지원행위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큰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위의 고민이 시작됐다. 지난 21일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전원회의 토의안건으로 올려 이 사안을 논의했다. 조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 등 7명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와 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공정위는 올해 기준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한다. 3일 안에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실무진의 의견을 듣고 전원회의 토의안건으로 논의를 했다해도 최종 결정은 조 위원장의 몫이다.
현행 동일인 제도 상 외국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안된다는 규정이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에쓰오일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한 사례를 들며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에쓰오일과 쿠팡의 사례는 엄연히 다르다. 에쓰오일 대주주는 사우디 왕족일가지만 특정 개인이 경영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쿠팡은 김 의장이 80% 가까운 의결권을 가진 공고한 1인 지배 체제다.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는 전례에 따르기보다는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총수에 대한 제재 실효성 논란은 동일인 지정 이후 고쳐나가면 된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