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이하 키트)의 조건부 사용 허가로 외부 활동이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분 안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음성 판정’ 후 모임 등을 진행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낮은 키트를 맹신해 심리 방역이 무너지면 4차 대유행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23일 키트의 조건부 사용 허가 이후 시민들은 활동 반경이 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직장인 류모(31)씨는 키트 도입 소식을 듣고 지난해 미뤄둔 여행 계획을 25일부터 다시 짜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키트 하나씩 챙겨서 모이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직장인 전모(32)씨도 조만간 친구 자취방에서 동기 모임을 할 생각이다. 그는 “키트까지 나온 마당에 이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심하던 사람들이 풀어지는 시기인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얘기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워킹맘 이모(32)씨가 속한 단체 대화방은 모임 논의가 오랜만에 활발해졌다. 이씨는 “아이 때문에 불안해서 아무런 모임도 가지 않았는데 키트 나오면 (아이랑 같이) 만나자는 말을 나눴다”면서도 “키트만 믿고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까 무섭기도 하다”고 전했다.
지난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직장인 조모(27)씨도 비슷했다. 조씨는 “(직접 검사를 받아보니) 키트가 생기면 막연한 불안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자체 방역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거리두기를 덜하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더 불안해졌다는 이들도 있다. 어린아이를 기르는 정모(33)씨는 “키트가 양성 환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것 같아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은 더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부인 이모(33)씨도 “더 혼란스럽다”며 “출산 때까지는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키트의 정확도가 낮아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남용할 경우 확진자 급증 등 방역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키트 결과가 잘못 나와 음성으로 오해하고 더 돌아다니면 확진자에 의한 전파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키트를 맹신하면 자칫 방역 체계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민지 신용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