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비트코인 심상찮다… 옹호론자도 돌연 비관 전망

입력 2021-04-26 00:01
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급락한 지난 20일 서울시내의 대형 서점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관련 서적을 읽는 모습. 뉴시스

암호화폐가 급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비트코인을 옹호했던 거물 투자자들이 비관론자로 돌아서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용으로 삼기 어려운 내재 가치 등을 근거로 삼았다.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책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사진)는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속임수이며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의 특징을 보인다”고 밝혔다.


탈레브는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가격 간에도 “연관성이 없다(None)”고 단언했다. 그는 “초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속에서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할 수 있다”며 “암호화 체계는 잘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경제적 요소와 연결될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각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암호화폐가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탈레브는 비트코인 옹호론자였다. 레바논계 미국인인 그는 2019년 12월 한 행사에서 “앞으로 암호화폐, 특히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레바논 같은 일부 국가에선 이미 정부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에서 기존 입장을 전면 철회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실제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속았기 때문”이라며 “하루에 5%, 한 달에 20%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화폐가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비트코인이 비정부 화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단지 ‘화폐’로 불리는 일종의 게임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암호화폐 옹호론자인 스콘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단기간 진행된 비트코인의 엄청난 시세 변화에는 거품이 굉장히 많이 끼었다고 본다. 큰 조정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너드 CIO는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수준으로 반토막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2018년 폭락장과 달리 올해엔 기관투자가 참여가 늘어 가격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이 암호화폐 투자 여건 조성에 나서면서 제도권 진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년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