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은 우리들에게 일정한 부담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성경에는 ‘복을 주겠다’는 얘기보다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이것도 갖지 마라, 저것도 지니지 마라. 신발도 신지 말라고 합니다. 인사도 하지 말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제자로 부름 받아 살아가는 일은 정말 예의도 모른 채 오직 복음만을 전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다른 복음서와 달리 누가복음은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중 일어난 일들을 특별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기착지가 바로 사마리아의 한 마을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그곳에서 거절을 경험합니다. 이방과 유대의 경계 어디쯤에서 제자들은 이미 거절을 경험한 셈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예수님은 누가복음 10장을 통해 제자들에게 ‘보냄 받은 이들’의 삶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첫째로 돈주머니나 배낭, 신발을 갖지 말라고 합니다. 이 명령들은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모험 공동체로 살아갈 때 결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닌 돈을 의지하게 되는 것에 대해 경고하는 것입니다.
길에서 인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사를 하는 일이 우리의 발걸음을 지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로 살아가는 삶은 결코 지체할 수 없는 삶이며 우리의 여정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은 결코 미룰 수 없는 일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평화를 비는 것은 제자로 부름 받은 이들이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이며 방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샬롬’을 비는 것을 우리는 ‘찾아가는 환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난이 때로는 질병이, 마음의 상처와 왜곡된 정의가 우리들 마음의 평안을 빼앗아 갑니다. 누가 이들에게 평화를 선포할 수 있습니까. 바로 우리들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가 복음의 전령이 돼 그들을 사랑하고 섬길 때 그들의 삶에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참된 평화가 임할 것입니다.
7~8절은 단순히 더 나은 것을 찾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사마리아 마을에서 제자들이 쫓겨나는 대신 환대를 받았다면 아마도 유대인들이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게 되는 상황을 마주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그들의 전통과 다른 문화와 환경을 마주하게 됐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성경은 분명한 가르침을 줍니다. 주는 대로 먹고, 차려준 것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더 나은 숙소를 찾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문화의 경계로 뛰어들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우고 믿어왔던 것들의 핵심적인 본질인 ‘복음’을 제외하면 우리는 보냄 받는 곳에서 조금 더 유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모험인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왜곡되고 결핍된 세상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유하는 것, 악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삶을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세계로 바꾸는 것, 구부러진 질서를 바로잡는 것, 공의와 정의가 강같이 흐르고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웃의 평안을 빌며 복을 나눠주는 이러한 아름다운 여정과 역사가 여러분의 일상을 통해 아름답게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박종현 목사(함께심는교회)
◇함께심는교회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교회’, ‘나그네를 기꺼이 환대하는 교회’로 살아가고자 나그네들을 위한 열린 밥상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행복누리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가는 행복한 삶을 소박하지만 진실되게 실천하는 선교적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