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영유아들이 동전이나 동전 크기의 건전지를 삼키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전형 리튬 건전지(1.5㎝, 3V 이상)는 아이들이 삼킨 후 초기 발현 증상이 없어 부모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래 남게 되면 식도나 장 점막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최근 가정 내 아동의 리튬 동전 건전지 삼킴 사고의 위해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심정옥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소화기영양학과 교수는 이물질을 삼킨 평균 3.1세 아동 76명을 조사한 결과 동전(22.4%, 17건)이 가장 많았으며 동전형 리튬 건전지(15.8%, 12건)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어링(6.6%, 5건) 바둑알(5.3%, 4건) 생선가시(5.3%, 4건) 순이었다. 이물질 중에서 삼킴 후 증상 및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리튬 동전 건전지로 밝혀졌다.
시중에 팔리는 동전 건전지는 알카라인과 리튬이 있고 이 가운데 수명이 길어 활용도가 높은 리튬 건전지는 알카라인보다 전압이 배나 높아 장기에 손상을 주기 쉽다. 문제는 삼킴 후 식도나 위, 십이지장까지 흘러갔는데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성을 간과할 경우 리튬 건전지가 아이 내부 장기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실제 연구결과 리튬 동전 건전지를 삼킨 아동들의 41%에서 출혈이나 홍반, 궤양 등 합병증이 관찰됐다. 식도 위쪽 괄약근에 리튬 동전 건전지가 박힌 한 아이의 경우 삼킨 지 2시간 이내에 제거 조치를 취했음에도 출혈이 심했으며 점막에 화상을 입어 결국 깊은 궤양이 생겼다.
심 교수는 26일 “기존에 많이 쓰인 알카라인 동전 건전지에 비해 리튬 건전지는 합병증 양상이 다르다”면서 “특히 영유아의 식도에 걸렸다면 즉각 내시경을 통해 제거해야 하는 응급상황인만큼 인지하는 즉시 응급실로 데려가 X선을 찍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킴 후 아이에게 증상이 없거나 동전 건전지가 2㎝보다 작더라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