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은혜 나누는 소그룹, 삶 속으로 흩어져 자연스레 전도”

입력 2021-04-27 03:03
장승권 청주서남교회 목사가 지난 20일 교회 집무실에서 성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그 교회’. 충북 청주서남교회(장승권 목사)가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합당한 교회가 되겠다는 바람을 담아 만든 문구다. 전반적인 교세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청주서남교회를 지난 20일 찾았다.

1955년 설립된 뒤 건강하게 성장해 온 교회는 긴 역사를 이어오며 역동성보다 안정을 지향하는 교회가 됐다. 그 과정에서 교인의 평균 연령은 높아졌고 교회학교는 침체했다. 교회에 새바람이 분 건 2017년 10월 장승권(54)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였다.

22년 동안 군목으로 사역하다 2017년 중령으로 예편한 장 목사는 오랜 군선교 사역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장 목사는 3·5·9사단, 육군사관학교 등을 거쳐 2010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1진에 속해 바그람 공군기지에 교회를 세웠다. 마지막 임지였던 국군정보사령부까지 13개 부대를 거치면서 십자가 정병을 키웠다.

군선교 현장에서의 실전 경험이 교회의 체질개선을 위한 자양분이 됐다. 장 목사는 “지역교회에서 군목 출신 목회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군선교 경험을 민간인 교회에 적용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에서 목숨 걸고 목회하면 반드시 결실을 본다는 걸 체험했다”며 “목사는 죽고 교회를 살리는 목회를 한다는 다짐으로 청주서남교회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은 결실을 거뒀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교우가 800명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지난해에도 60명이 등록했다. 새 신자 정착률도 94%에 달한다.

‘목장사역’이 개혁의 첫 걸음이었다. 장 목사는 흩어지는 교회를 지향한다. 교회로 모이라고 강조하기에 앞서 신자 가정의 회복과 소그룹 목회를 통해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걸 말한다. 기존의 구역조직이 형식만 남고 제 기능을 못 했던 것도 이런 결단을 앞당긴 이유였다. 구역은 교인을 거주지역에 따라 나눈 일종의 행정조직으로 유연성과 소통 방식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10명 남짓한 목장 구성원들은 주일설교를 통해 받은 말씀의 은혜를 서로 나눈다. 삶과 은혜를 나누는 공동체가 된 것이다. 이런 목장이 100여개에 달한다. 장 목사는 “교인끼리 보통 안부만 묻지 자신이 받은 은혜를 공유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 목장은 그 부분을 보완하는 데 큰 장점이 있다”며 “설교로 받은 은혜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목양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목장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 사역은 초대교회의 원형과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것이 장 목사의 강조점이다.

그는 “은혜를 나눈 경험이 흩어지는 교회를 정착시키는 첩경”이라며 “목장 구성원뿐 아니라 이웃과도 은혜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에 머물러 있던 신앙이 공동체의 신앙으로 확대되는 결실을 보았다. 소그룹이 살아나자 전체 교세로 빠르게 성장했다.

청주서남교회가 2018년 만든 키즈카페 모습. 청주서남교회 제공

평일에도 주민들이 편하게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난 2018년 교회 지하 462㎡(약 140평) 공간에 키즈카페도 만들었다. 이후 1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키즈카페 회원으로 등록해 자유롭게 이용했으며, 30여개 유치원도 항상 사용할 정도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모두 다음세대 양육을 위한 배려였다.

청주서남교회는 공동체 신앙도 강조한다. 혼자만 예수 믿고 구원받겠다는 개인 신앙은 결국 병든다는 게 장 목사의 소신이어서다. 성경을 함께 읽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매일 정해진 성경 본문을 읽은 뒤 목장 단체 카톡방에 ‘샬롬완독’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렇게 교인들은 매년 한 차례 성경을 완독한다. 공동체 구성원이 보조를 맞춰 함께 성경을 읽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점진적인 변화를 권유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장 목사는 그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한국교회 현실이 연착륙을 염두에 둘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며 “빠른 변화를 통해 다음세대 양육을 위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앞섰다”고 전했다.

장 목사의 장점은 배운 대로 한다는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인 장로회신학대 출신인 그는 “신학교에서 개혁교회는 쉬지 않고 개혁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쉼 없는 개혁을 위해 부임하자마자 변화의 고삐를 당긴 셈이다.

그는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할 게 아니라면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다”며 “배운 걸 실천하고 적용해야지 남 이야기 듣고 편한 길만 찾는 목회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장 목사는 포스트 코로나19 사역의 핵심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교인’이 교회로 돌아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사역 계획을 거창하게 만들기보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인도하는 데 뒀다”며 “목장을 통해 공동체 신앙을 강화하면서 교회와 담쌓은 이들을 다시 교회로 이끌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청주=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