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어준 지키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민주당에서는 경쟁적으로 김씨 옹호 발언이 나온다.
집권여당 의원들로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 여론형성에 큰 영향력을 가진 ‘스피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친문 상징’을 둘러싼 여야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5선의 안민석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최근 김어준이 몰매를 맞고 있는데 거뜬히 감당할 김어준”이라며 “TBS는 청취율을 15배로 높인 진행자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안 의원은 “(김씨의) 앞날에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바란다. 힘내시라”고도 했다.
민주당 당권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22일 “국민의힘, 감사원은 ‘김어준 죽이기’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감사원은 김씨가 구두 계약만으로 고액 출연료를 받았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관련,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지난 21일 TBS를 방문했다. 우 의원은 이에 “이명박정부 언론장악 사태 때 기획되고 실행된 시나리오와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송영길 의원은 4·7 재보선을 앞두고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신가”라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우 의원, 송 의원에 홍영표 의원까지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선 3명이 나란히 뉴스공장에 출연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당 중진 의원들까지 ‘김어준 지키기’에 부심하는 건 민주당 지지층, 특히 친문 진영에서 김씨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공장은 친문 진영의 핵심 스피커”라며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다 보니 여권 정치인들이 거쳐 가야 할 필수코스처럼 됐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다음 달 2일 민주당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친문에 어필하기 위한 ‘김어준 수호’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 초선의원들조차 김씨 이슈 관련 질문에 대부분 “답하기 곤란하다” “나중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기존 보수언론 역시 편향되지 않았나. 김씨의 편향성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은 “권리당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친문 지지자들에게 잘 보이려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치 논평 중단을 선언한 이후 여권 내 ‘빅 마우스’가 사라진 점도 김씨에 대한 구애 정도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 ‘김어준 의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없진 않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팬덤’을 좇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솔직히 이 정도까지 김씨를 감싸는 건 나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이러다가는 계속해서 ‘친문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언론개혁법을 정작 김씨에게 적용해 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다른 평론가는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과도한 옹호”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조차 갖추지 못한 내용을 공영방송에서 내보내는 건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권이 나서서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