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자문단 카드 꺼낸 이성윤… 내주부터 검찰총장 인선

입력 2021-04-23 04:03
연합뉴스

이성윤(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수사외압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팀 외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거론되자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간 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9일 첫 회의를 연다.

이 지검장은 22일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고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이 지검장 측 변호인은 “수사팀이 성급히 기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며 “법률전문가들과 일반 국민의 시각을 통해 이 지검장이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팀이 이 지검장을 표적 수사 하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사건관계인이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 소집을 동시에 요청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전문수사자문단은 피의자 요청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며 검찰총장이 소집을 결정해야 열린다. 수사심의위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 등이 소집을 신청하면 열 수 있다. 수사심의위에서는 법조계, 언론계 등 외부 인사들이 수사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자문단과 수사심의위 권고에 강제력은 없다. 앞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심의위 후에도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의 무혐의 처분 결재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지검장도 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인데 스스로 심의위를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기소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이 심의위 등에서 유리한 결론을 받을 경우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이 지검장의 신청에 대해 수원고검은 대검에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을 하며 맞불을 놨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려면 시민들로 구성되는 부의심의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데 이 단계를 건너뛰고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직접 소집을 요청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부의심의위 구성, 의결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문수사자문단은 사건 처리와 관련해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이견이 있을 때 소집하는 제도라 이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 지검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첫 회의를 열고 검찰총장 후보군 압축에 들어간다. 전례에 비춰볼 때 추천위 회의 당일 3~4명의 후보군이 추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