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 헤쳐모여’… 장관 18명 중 8명이 ‘노무현 靑’ 출신

입력 2021-04-23 00:0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하며 사실상 마지막 내각 진용을 꾸렸다. 그런데 장관 18명(후보자 포함) 중 8명(44.4%)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이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검증된 우리 편’만 곁에 두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8개 부처 중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을 살펴보면 일단 관료 중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정책기획실 선임행정관 등),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명자(국정상황실 행정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사회정책수석실 선임행정관)이 꼽힌다. 여성단체 출신인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인사수석 등)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장관에 임명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민정2비서관 등),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민정수석 등),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무·홍보 수석실 행정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민정수석실 행정관)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들이 속해 있는 ‘부엉이 모임’ 소속이다. 대부분 인사들은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냈을 때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청와대가 옛 친정 격인 ‘참여정부’맨들을 포진시킨 것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집권 마지막 해까지 친정 체제를 강화해 국정 안정을 꾀하고, 국정 장악력과 추진력을 모두 잃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이지만 임기 말까지 폐쇄주의적 인사를 고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여권 인사는 “정권 말로 갈수록 점점 더 ‘동지적 관점’에서 인사 문제에 접근하고, 검증된 내 편만 주위에 두려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관가에서도 현 정부에서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노무현 청와대 근무 이력이 ‘필수 요건’이 된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공무원은 “관료 출신 장관 중 참여정부 파견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이 정권은 유독 ‘적자냐, 아니냐’ ‘우리 편이냐, 네 편이냐’를 따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공무원도 “15년 전 안팎의 청와대 근무 이력이 이제 와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 부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인사제도비서관과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과도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