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국힘 중진들의 감정싸움… 결국 ‘윤석열 쟁탈전’

입력 2021-04-23 00:05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선 다음 날인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선자 인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의 설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8일 김 전 위원장 퇴임 당시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다시 모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상임고문으로 모시겠다” 등 발언으로 자극하면서 말폭탄이 시작됐고, 중진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발언의 배경을 면밀히 살펴보면 2주 가까이 계속된 양측 갈등의 배경에는 ‘윤석열 쟁탈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야권 대선주자 레이스에서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놓고 ‘킹메이커’가 되려는 김 전 위원장,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려는 중진들이 벌이는 치열한 기싸움이라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중앙당사에서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간 거리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를 주도하는 주 권한대행을 겨냥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려는 ‘작당’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킹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한 여러 사전 포석을 두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류를 형성한 중진들과 합당 이슈로 몸집을 키우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힘을 빼면서 자신의 활동 폭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2일 “김 전 위원장은 주 권한대행을 비롯한 김무성 이재오 전 의원 등 당 주류를 이끌어온 영남 패권을 경계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지속된 ‘윤석열 현상’이 국민의힘 주류와 어깨동무하는 순간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앙 마르슈’ 집권 사례를 언급하며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밖에서 새 정치세력을 규합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외 독설’을 통한 국민의힘 새판짜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당 외부에서 윤 전 총장, 금태섭 전 의원 등을 규합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후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노선에 동의하는 의원들을 규합하면 국민의힘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을 비롯해 윤 전 총장과의 회동을 염두에 두고 물밑에서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외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 후 중진을 제외한 초·재선들을 넘어오게 해서 자신이 킹메이커가 되는 구상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제3지대의 원심력이 강해져 경선 흥행 실패는 물론 정권 교체 가능성도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중진들은 김 전 위원장이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과 제1야당을 갈라치기한다며 반격하는 한편, 윤 전 총장을 향해서는 야권의 대선 플랫폼인 국민의힘에 서둘러 입당하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자체가 아니라 중진들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에 현재의 중진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을 적극 견제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양측 간 주도권 싸움”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