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물 짓기도 전 이사?… 시점 꼬여버린 노형욱 ‘위장전입’ 해명

입력 2021-04-23 04:02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과천청사 내 서울지방국토청에 출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1일 가족의 과거 위장전입과 관련해 “과거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위장전입 경위와 관련한 노 후보자의 해명을 뜯어보면 여전히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보인다.

22일 노 후보자 청문요청안에 따르면 노 후보자 가족이 위장전입을 한 것은 2001년 1월과 2003년 2월 두 차례다. 모두 노 후보자가 미국 버지니아주정부에 교육 파견을 가기 전후다. 2001년 1월 위장전입에 대해 노 후보자는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던 차남이 유치원에서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 2명과 2개월여의 짧은 기간이나마 같은 학교에 다니기를 강하게 희망해 그중 1명의 방배동 주소에 아내와 차남이 위장 전입했다”고 설명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가족이 미국에서 귀국한 뒤 이뤄진 두 번째 위장전입이다. 노 후보자는 “2002년 12월 귀국한 뒤 기존 사당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근무지였던 기획예산처(현 조달청) 인근의 현 거주지로 이사할 계획이었다”며 “자녀의 개학 시점이 임박해 기존 아파트(사당동) 근처로 학교를 가면 이사 후 곧바로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해서 우선 아내와 자녀들이 현 거주지 인근에 살던 처제 집으로 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후보자의 반포동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003년 10월 준공했고, 노 후보자는 2004년 12월 이 아파트를 매수했다. 아직 건물도 지어지기 전에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사는 아파트를 매각 의뢰하고, 인근에 자녀들을 위장전입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 후보자 측은 “‘현 거주지’란 말은 아파트가 아니라 동네(반포동)를 의미했다. 외국에 다녀온 뒤 자녀의 한국 적응 문제 등을 고려해 근무지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로 이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자녀 전학 문제까지 고려해 이사 계획을 세우고 위장전입까지 해놓고 2년 뒤에야 이사를 한 점은 석연치 않다. 노 후보자 측은 “사당동 아파트가 장기간 매각되지 않아 2005년 1월에야 현 거주지로 가족이 이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노 후보자가 살았던 아파트는 지하철 역세권이고, 노무현정부 때 주택 경기가 과열됐던 시기인데 내놓은 집이 2년이나 안 팔렸다는 설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후보자 측은 “오래전 일이라 당장 물증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분명 부동산에 매각 의사를 전했다. 실제로도 당시 시세보다 수천만원 낮게 팔았다”고 해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위장전입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대 원칙’(위장전입·논문표절·세금탈루·병역면탈·부동산투기 배제) 위배인데 노 후보자가 자녀를 강남(반포동) 쪽 학교로 진학시키려고 위장전입해놓고 근무지를 이유로 내세우며 거짓 해명을 했다”며 “청문회에서 엄중히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