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의 여진이 국민의힘을 흔들고 있다. 보수성향 지지층을 겨냥한 중진들과 외연 확장에 초점을 맞춘 초선·청년 간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전당대회 전초전이 펼쳐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불과 1주일 만에 꺼냈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진지하게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사과한 게 불과 4개월 전”이라며 “국민께 자칫 ‘재보궐선거에서 이기니 먹고 살 만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김 전 위원장이 발탁한 청년 비대위원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사이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기에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희망하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계속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도 “(사면론을) 왜 야당이 먼저 꺼내느냐”며 “전술적 실패”라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도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영어 생활하는 것에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도 사면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부정’에는 선을 그었지만, 사면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중진 의원들은 사면론을 주장해 보수성향 당원·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초선·청년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굳이 사면론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