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암호화폐는 잘못된 길… 투자자 보호 안 한다”

입력 2021-04-23 04:03
연합뉴스

은성수(사진)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대해 “잘못된 길”이라고 단언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으면 모두 폐쇄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금융 당국 수장이 암호화폐는 금융 자산으로 볼 수 없으며, 투기 대상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근 암호화폐 열풍 관련 질문에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투자자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나설 계획은 현재로선 없으며, 코인 투자는 20~30대 중심의 ‘치기 어린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해선 은 위원장은 “개정 특금법에 의해 등록을 받고 있는데 아직 등록된 업체는 없다”며 “거래소가 200곳 가량 있지만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금융위는 회의 이후 배포한 자료에서 “가상자산사업자가 특금법상 신고 요건(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을 갖추지 못할 경우 폐업될 수 있다”며 “사업자 수는 100~200여개로 추산된다”고 추가 설명했다. 최근에는 신고 요건에 미달하는 중·소형 거래소 가운데 벌써 ‘셀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곳도 생기고 있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공시 등 최소한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있지도 않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공시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가 투자자들을 내팽개쳤다는 게 아니고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제도권에) 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은 위원장은 내년부터 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다소 모순적이라는 의견에는 “예를 들어 그림을 사고 팔아도 양도 차액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기획재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법을 만든 것 같다”고 답변했다.

다만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투자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다각적인 고민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