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서 갖가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불법으로 동물용 백신을 접종하거나 ‘가짜 백신’을 유통하다 사법당국에 붙잡히는 사례가 연일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칠레 북부도시 칼라마에서 사람에게 동물용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놓은 수의사 2명이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개에게 투여하도록 돼 있는 코로나 백신을 의료진과 광부 등 최소 75명에게 접종했다. 개에게 발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는 다른 질병이다. 칠레 보건당국은 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는데, 수의사들은 처분에 불복하고 검찰에 당국을 고발했다.
폴란드와 멕시코에서는 가짜 백신이 적발됐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멕시코와 폴란드에서 자사 코로나19 백신 위조 사례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1월 아파트에서 가짜 화이자 백신 약병이 발견됐다. 병 안에는 주름개선제인 히알루론산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짜 백신 약병을 압수하고 병을 만든 남성 1명을 체포했다.
멕시코 경찰은 지난 2월 초 누에보레온주 북부의 한 병원에서 가짜 화이자 백신을 사용한 의료진 6명을 검거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최소 80명의 환자가 회당 1000달러 정도를 내고 가짜 백신을 접종했다. 이밖에도 최근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장과 창고에서도 수천개의 가짜 백신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의해 발견됐다.
화이자는 증류수를 가짜 백신에 섞은 뒤 특수 광학장비와 현미경 등 분석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려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신은 가짜 백신이 난무하는 이유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지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멕시코와 브라질 등 약품 위조가 익숙한 나라를 중심으로 비공식적 유통이 횡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