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4·7 보궐선거에 당선됐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또다시 대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양측은 2011년 무상급식 조례제정을 둘러싸고 대립하다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그 결과 오 시장이 사퇴하는 파국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시의회가 ‘협치’를 강조하며 오 시장과 협력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
오 시장이 취임 첫날 시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가 속한 정당이 워낙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어떤 일도 원활하게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성을 쌓지 않고 길을 냈다. 시장님도 소통의 길 잘 열어주셨으면 좋겠고, 천만 서울시민만을 생각하면서 협력과 협치를 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정쟁적 대립관계는 지양하고, 서울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할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시정의 빠른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협치의 일환으로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오 시장 처가 내곡동 땅 관련 행정사무감사를 잠정 보류했고, 이달 본회의 시정질문도 오 시장의 업무파악을 위해 6월로 연기했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은 “오늘의 결정은 정쟁이 아닌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산출해 시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시민만 바라보며,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대승적 결정에 깊이 공감한다”며 “오 시장의 성공적인 시정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의회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견제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의장단·상임위원장단은 오 시장에게 “신속진단키트는 중앙정부와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서도 “수많은 토론과 시민 의견수렴을 거쳐 공사가 진행중인데 이를 뒤엎을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의회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를 위한 용적률 상향과 35층 제한 폐지는 시의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최근 발표된 서울시 고위직 공무원 전보 인사에 대해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라며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시의회는 오 시장을 배려해 시정질문을 전격 취소하고,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행정사무조사를 보류하는 등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전면적인 협조를 약속했다”며 “하지만 오 시장은 각 상임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둔 시점에 주요 현안부서 부서장에 대한 인사를 서둘러 발표해 상임위원회를 무력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의회 맏형’으로서 올해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시의원 전문성 제고,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 등 자강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