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용 충격 직격탄 맞은 ‘기혼 여성’

입력 2021-04-23 04:06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넥타이 부대’로 불린 아빠들의 실직이 줄을 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고용 충격은 남성보다는 여성, 여성 중에도 기혼여성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 취업자가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기혼남성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취업자 비중이 큰 대면서비스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었고, 기혼 여성의 자녀 돌봄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대확산’이 발생한 지난해 3월 핵심 노동연령(25∼54세) 인구 중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4만1000명 감소했다. 이는 남성 취업자 수 감소폭(32만70000명)의 1.7배에 달한다.

KDI는 여성 중 미혼보다는 기혼자의 고용률 하락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기혼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숙박·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등 대면서비스업이 제조업 등 기혼 남성 위주 업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해 1월 당시 여성 취업자의 38%가 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에 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남성 취업자의 대면 서비스업 종사 비중은 13%에 그쳤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운영중단과 학교 폐쇄로 가정 내 자녀돌봄에 대한 부담이 기혼 여성에게 집중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남성과 여성 취업자를 31세 이하, 32~38세, 39~44세, 45세 이상으로 연령별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 19에 따른 고용충격은 39~44세 여성 집단이 가장 컸다. KDI 김지연 연구위원은 “39~44세 여성은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위기 초기 기혼여성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모두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 1차 확산 시기인 지난해 3월 기혼 여성 취업자가 한 달 내에 실업 상태로 이행할 확률은 1.39%로 남성(0.75%)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기혼 여성 취업자가 아예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 역시 5.09%로 남성(1.67%)의 3배에 달했다.

KDI는 코로나19 위기로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그 여파가 자녀를 둔 기혼여성에게 집중됐다고 결론내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녀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함께 고용충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 등 실직자에 대한 고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연령대의 여성의 노동공급이 크게 감소한 것은 영유아 중심의 현행 돌봄지원정책이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돌봄지원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