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죽음교육 필요성과 그 방법을 다룬 논문집(사진)이 출간됐다. 2017년부터 죽음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논문 공모전을 열고 있는 서울 수서교회(황명환 목사)가 펴냈다. ‘사람은 왜 죽는가’란 주제의 제4차 논문 공모도 오는 9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수서교회 부설 이폴연구소가 발간한 책의 제목은 ‘죽음교육의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하여’다. 연구소는 발간사를 통해 “세상 어떤 종교보다도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기독교가 실제로 교회 안에서 죽음교육을 못 하고 있다”면서 “성도들은 원하고 있는데 가르치지 않는 현실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출간 목적을 밝혔다. 표지는 스위스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의 명화 ‘바이올린을 켜는 죽음과 함께하는 자화상’이 장식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을 알지 못한 채 정신없이 살아가지 않으려면 죽음에 대한 교육과 효과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함을 웅변한다.
책에는 지난해 제3차 논문공모를 통해 선발된 김영효 박미경 박인조 이숙희 목사 등의 논문이 심사평과 함께 수록돼 있다(국민일보 2020년 10월 22일자 30면 참조). 일례로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써보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유가족 이해하기, 유서쓰기 및 입관체험, 성경에서 말하는 죽음 이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고민하기, 활기찬 삶을 위한 마무리 등과 같은 단계적 프로그램 등이 수록돼 있다.
곽혜원 21세기 교회와신학포럼 대표는 ‘죽음교육을 통한 영성회복·인성회복·사회회복’ 논문을, 노치준 유클레시아교회 목사가 ‘목회자의 죽음학 세계관 교육’ 논문 등을 특별 기고했다. 책은 수서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전국 주요 교회와 병원 및 군부대 목회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황명환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실제로 교회들이 죽음교육을 두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이 책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황 목사는 책 기고문을 통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느 성도와의 만남을 소개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눈물을 흘리는 성도를 향해 황 목사는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끝내고 하나님 나라로 이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사 준비를 위해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확인하는 영적 준비, 사람들과의 관계 정리, 재산에 대한 정리, 자신의 몸에 대한 정리, 이를 위해 힘들지만 유언장을 써보라는 조언을 소개한다.
황 목사는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음의 질이 나빠지고 불행하게 죽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폴연구소는 죽음 관련 논문 공모를 계속하는 한편 전문 학술지 등재 절차를 밟아 기독교 죽음 연구의 허브 역할을 감당할 계획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