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술을 먹고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새벽에 바들바들 떨며 엄마 손을 잡고 술집, 노래방으로 아빠를 찾으러 다녔다. 아빠의 술로 두 분의 싸움은 잦았고 아빠는 가끔 손찌검도 했다. 결국 내가 중1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이혼 후 엄마는 매일 술에 취했고 나는 이런 엄마가 보기 싫어서 막말을 해댔다. 오빠는 이런 나를 나무라곤 했는데 착한 척 하는 것이 보기 싫어 대들다가 오빠에게 얼굴을 맞아 혀가 반이나 잘려 입에서 핏덩어리가 뚝뚝 떨어졌다.
엄마의 술과 오빠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학교 때 가출해서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담배와 술에 빠져 들었다. 밤낮 길거리를 헤매다가 아무데서나 쭈그리고 잠을 자며 몰래 가게에 들어가 빵, 음료수, 술을 훔쳐 먹기도 했다. 그런 삶도 숨막히는 집보다 좋았다. 그런데 엄마의 가출신고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잡혀 집에 돌아와 오빠에게 맞고 엄마는 휴대전화를 부수었다. 잦은 가출로 결국 출석일수가 모자라 중1때 유급을 했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더 이상 살아서 뭐해. 그냥 죽어버리자’ 하며 죽는 방법을 검색하고 연탄불을 피워서 자살하는 상상도 했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너무 무서웠다.
이모와 이모부는 네가 살 길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밖에는 없다며 교회에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듣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끈질기게 이끄는 이모를 따라 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부활을 힘있게 선포하셨지만 나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고 또 부활이 사실이라 해도 나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내 삶의 주인은 당연히 나인데 ‘예수님이 주인’이라고 하니 정말 싫었다. 예수님을 왜 믿어야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중고등부 선생님이 역사연대표와 교과서에서 예수님이 죽고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는 기록을 보여줬다. ‘헐! 뭐야? 거짓말이 아니었네.’ 역사서에 분명히 기록돼 있었고 게다가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다가 순교한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다는 확신으로 겨울수련회에 참가했다. 그때 성령께서 진정으로 내가 회개할 죄는 내가 나의 주인됨을 비춰주셨다. 끝까지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분의 사랑 앞에 완전히 무너졌다. “하나님, 제가 세상에 빠져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제가 주인 돼 멋대로 살며 가족을 미워했어요. 다시는 제가 주인 되지 않고 예수님만 주인으로 모시며 살겠습니다.” 온 마음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러고 나니 가족에 대한 원망이 사라지고 어느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놀랍게도 한 번도 연락 없던 아빠가 ‘우리 딸 사랑한다’며 답장을 주셨다. 중독 수준이었던 담배와 취하도록 마시던 술도 한 순간에 끊고 나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복음으로 살려야 한다는 열정이 불 일듯 일어나 친구들부터 만나 복음을 전했다. 친구들은 내게 정신 차리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열정적으로 전하니까 결국 ‘전도사님’이라고 부르며 복음을 듣기 시작했다. 공부와 담을 쌓았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해 상상도 못하던 대학생이 돼 전도지를 들고 캠퍼스를 누볐다.
지금은 하나님 안에서 가출 외박하지 않고 공동체 안에 딱 붙어서 함께 복음을 전하는 미래를 준비 중이다. 취업에 대한 염려를 주님께 맡기고 언제나 어린아이와 같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만날 날을 기대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하루 예수님만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한 영혼을 사랑하는 사명자의 삶을 살겠다.
박수희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