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질문에 대해 신중하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나의 모습은 모두 영상으로 촬영됐다. 한두 질문을 마친 뒤 인터뷰어가 말했다. “요조님, 말씀하실 때 ‘정말’ ‘너무’라는 말 조금 덜 쓰려고 노력하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조금 무안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면서 ‘정말’과 ‘너무’라는 표현을 그렇게 많이 쓰는지 조금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 두 부사를 자주 쓴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은 글을 쓸 때도 그렇기 때문이다. 빠르고 급하게 완성한 초고 위에는 ‘정말’과 ‘너무’라는 말이 가로수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다. 그래서 퇴고하며 그 부사들을 일일이 없애는 것이 일이다. 말하고자 하는 어떤 상태가, 어떤 마음이 커다래지면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두 말을 마구 남발하게 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고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이 말했다던데 나는 알고 보니 저승길 미화부장이었던 걸까.
어떻게 하면 ‘정말’‘너무’를 덜 사용할 수 있을까. 만약 나 자체가 ‘부사’가 된다면 어떨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전 돈이 많습니다”라고 말할 때 ‘너무’ ‘정말’이라는 말은 머스크 자신으로 설명되는 것처럼. 세계 마라톤 1인자로 꼽히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전 달리기를 잘합니다”라고만 말해도 듣는 사람은 알아서 그를 통해 거대한 ‘정말’과 ‘너무’를 목격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만약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부사 없이도 나 자체로 거인 같은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꼭 기후위기를 말하고 싶다. 우리 자신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시급히 조치를 취해 지구에 사는 생명들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말을.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미약한 존재일 뿐이어서 늘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진짜, 정말, 너무, 심각합니다! 정말 정말로 시간이 없습니다!
요조 가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