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신 스와프 명분은 친구論… 정의용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입력 2021-04-22 04:08
정부가 ‘친구로서의 신의’를 강조하면서 ‘한·미 코로나19 백신 스와프’를 요청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여름까지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에서는 ‘러시아 백신 대안론’이 떠올랐고, 야당에서는 정부 실기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나왔다.

연합뉴스

정의용(사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지난해 미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전해준 사실을 거론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연대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는 백신 수급의 어려움을 미국이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민간 차원의 반도체·배터리 협력 확대가 미국 내 백신 지원 여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분야도 많이 있다”며 “교환 대상이라 보지 않지만 "반도체 분야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라든지 여러 가지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백신 스와프 요구에 당장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미국도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번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이뤄야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당에선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중 있게 나오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 추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안전성이 검증되면 (러시아 백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객관성을 검증하고 도입 시 반발이나 정치공세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경기도가 먼저 (접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가능성을 점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백신들은 이미 사용승인 신청이 돼 있는데 러시아 백신 역시 다른 국가 접종사례, 부작용 여부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현재까지 60여개국이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지만 효능과 안전성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은 백신 수급 차질과 관련해 정부의 늑장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정조사도 촉구했다.

최승욱 백상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