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거리 노리는 LCC… 위기 극복 기회될까

입력 2021-04-22 04:07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통한 중장거리 노선 개척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저가공세를 통해 출혈경쟁을 이어온 단거리 노선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중 중대형 기재 도입과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티웨이항공이다. 지난해 12월 항공기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16일 중대형 항공기 A330-300 도입을 위한 임대차 계약을 완료했다고 이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2~5월 간 총 3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항공기 도입 후에는 중단거리 노선을 우선 운영한 뒤 해외 국가들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호놀룰루, 싱가포르 등 중장거리 노선으로 점차 확대해나간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 B777-200(사진) 4대를 보유하고 있는 진에어는 성수기일 때 B777-200을 국내선 인기노선에 적극 투입해 효율성을 높였고, 화물수요와 운임이 급증했던 지난해에는 해당 기체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하며 수익성 개선에 활용한 바 있다.

중장거리 노선의 경우 포화에 이른 국내 노선과 단거리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는 점도 LCC들이 중대형 항공기 및 중장거리 노선을 도입하려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운항증명(AOC) 절차를 진행 중인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는 시작부터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대형항공기인 보잉 787-9를 도입했다. 에어프레미아는 AOC를 마무리하는 대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정식 취항한 후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도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LCC가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분명하지만 중대형 기재 정비와 운영에 많은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탓에 수익을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기의 경우 400명 정도의 승객을 태워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이걸 다 채우는 게 쉽지 않고, 또 네트워크가 약한 LCC는 모객이 안 되면 티켓을 싸게 팔 수밖에 없어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장거리 노선 직접 취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사보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한 대형기재 도입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