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역모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입력 2021-04-22 19:24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일상을 회복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후베이성 우한시 주민들이 불이 대낮처럼 환하게 켜진 야시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감염자가 나오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중국식 방역은 바이러스 차단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줬지만 다른 나라들에서 적용할 수 없는 방역 모델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연합뉴스

해가 바뀌고 4월도 다 지나가고 있지만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는 중이다. 각 나라는 세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 나라의 저력과 문제가 동시에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방역은 한 국가의 역량에 대한 시험대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내비치는 창이 된다.

특히 권위주의와 사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이 방역에서 대성공을 거둔 반면 민주주의, 자본주의, 인권을 내세우는 서구 국가들은 고전하면서 방역은 ‘체제 경쟁’이라는 성격까지 띠게 됐다. 이 체제 경쟁의 결과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방역을 성공으로 평가하면서 동아시아 문명이 지난 유교정치의 강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일각에서 보인다. 방역론은 이렇게 국가론, 체제론, 문명론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의 방역 방식에서 가장 논쟁적인 모델로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방역모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책 ‘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는다’는 이에 관한 한국 중국 대만 홍콩 학자 12명의 글을 수록했다. 쏟아져 나오는 팬데믹 관련 도서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획이다.


중국의 방역은 독특하고 이례적으로 성공적이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우리나라와는 운명적으로 엮인 관계다. 중국의 방역모델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중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중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과정이다.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의 장점을 활용해 방역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글처럼 “단적으로 인구 1100만명의 우한시, 5700만명의 후베이성을 봉쇄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중국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권위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하려는 얘기다. 조 교수는 “중국과 비슷한 권위주의 국가들은 중국처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의 방역 성공은) 지휘체계를 신속히 구성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결정해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수 있는 국가 통치 체계를 갖췄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박우 한성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기만적인 대응에 분노한 중국 시민들과 지식인들이 SNS에 표출한 이례적인 비판 현상과 의사 리원량에 대한 추모 열기를 찬찬히 짚어준다. 그러면서 중국이 공산당이 결정하면 국민이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체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중국 학자들의 글에서는 방역 성공을 중국 체제의 성공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인 야오양은 “국가 거버넌스에서 당대의 중국의 정치 체계가 지닌 장점은 서구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국가혁신과발전전략연구소 고급연구원인 셰마오쏭은 “(중국이) 무역전쟁과 방역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거국동원의 총체전, 인민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자들이 자주 동원하는 ‘인민전쟁’이란 틀은 중국의 방역 성공이 권위주의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이나 가정, 지역 기초단위부터 각급 정부까지 일제히 소통하며 합심한 ‘인민 역량’ 덕분이라는 의미다.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친후이는 자유주의적 시각을 보여준다. 중화권 내에도 중국 모델에 대한 평가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이 공존함을 드러낸다. 그는 “‘낮은 인권의 우위’를 지닌 중국은 인권을 ‘정지’시키면서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반면 “서구는 비상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권’을 어떠한 조정도 가하지 않고 계속 추구함으로써 큰 피해를 보았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현재 전염병 사태 속에서 민주와 전제는 제도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서구 사회를 향해 “중국을 원망하는 것만으로 이 경쟁을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그렇게 애를 먹는다면 과연 민주제도를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구 민주국가의 방역 효과가 중국보다 못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식·서구식 위기 대응이 늘 옳다는 믿음, 민주주의가 최선의 거버넌스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이완대 정치학 교수 주윈한은 “정책 결정의 질, 학습과 정책조정, 임기응변과 유연성, 협조와 총괄, 집행과 관철, 관리와 배치, 동원과 호소, 국민의 정치신임에 걸친 정치 체제에 대한 가장 혹독한 이번 시험에서 서구 민주주의 체제는 명백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감염증의 초기 확산 국면에서 보여준 대응, 통제, 협조와 조정 능력 그리고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의 증가곡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통제한 객관적 기록은 서구 사회의 엘리트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중국 방역모델이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중국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중국 화둥사범대 역사학과 교수 쉬지린은 방역모델을 중국형, 영국형, 동아시아형으로 나누고 중국형은 단기 쇼크요법으로는 효과가 크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역병에 대한 ‘성공적’ 통제가 권위주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못지않게 역병의 초기 확산이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영남 교수는 “우리는 중국이 ‘최종 통제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적 및 물적 대가를 지불했는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을 기획한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일 통화에서 “코로나19 방역 모델은 체제모델 내지 발전모델이기도 하다”면서 “중국의 방역모델은 중국을 이해하는 창구가 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이자 중국 연구자인 백 교수는 한국인들의 반중 감정에 대해 우려하면서 중국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중국을 공산당이 지배하는 한 덩어리로 보는 건 문제가 있다. 흔히 중국에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다고 여기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면서 “중국 방역을 실사구시적으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려주고자 했다”고 출간 의도를 설명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