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보유세·건강보험료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사실일까. 공시가격이 중장기적으로 각종 세금, 복지 혜택 선정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세부담 완화 조치 및 공제 혜택으로 인해 당장 실제 부담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취득세·종부세·양도소득세·상속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기초연금 대상자 판단기준, 장애인연금 대상자 판단기준, 지역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에도 활용되며 개발부담금 부과액 산정, 과태료·벌금부과기준까지 60여개의 각종 비용 부과 항목에 영향을 준다. 다만 정부는 “일정 구간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 정책과 더불어 다양한 공제 혜택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개정된 지방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은 3년 동안 0.05% 포인트 인하된다.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 6억원 이하 비중은 92.1%다. 이에 더해 ‘세 부담 상한제도’에 따라 전년 대비 증가폭이 연 5~10%로 제한된다는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보료 부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 시 재산 공제를 500만원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체 지역가입 가구의 89%인 약 730만 가구의 보험료 부담이 평균 약 2000원 내려간다. 또 내년 7월부터는 건보료 2단계 부과체제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재산 보험료 부담이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부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르는 연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몇 년 뒤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공시가격이 상승한다면, 정부의 세 부담 완화 정책과 공제 혜택으로는 감당이 불가한 시점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시지가 상승에 따르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 등을 재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시제도와 조세정책 간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초에 두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가 판이하다는 것이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조세정책은 조세평등주의에 바탕을 둔 조세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지만, 부동산가격 공시제도는 객관성과 정확성을 목표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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