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신문고 민원 폭탄 몸살… 수원·시흥지역 접수 일시 중단

입력 2021-04-21 00:05 수정 2021-04-21 18:01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경기도 수원·시흥시 관련 민원이 폭주해 민원 신청을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공지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민신문고가 지난 15~19일 경기도 수원시와 시흥시의 민원 신청을 일시 중단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지역 인프라 개선 요구가 담긴 집단민원이 평소보다 4~5배 이상 쏟아져 민원 접수 시스템 과부하가 우려됐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여론을 적극 수렴해 해소하는 별도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신문고는 지난 15일 오후 4시부터 19일 오전 9시까지 수원·시흥 지역 관련 민원 신청을 일시중단했다. 평소 지역별로 하루 2000~3000건씩 들어오던 민원이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하루 1만건 이상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민원 신청 중단 시점까지 국민신문고가 접수한 수원·시흥 지역 관련 민원은 약 8만건에 달했다. 민원이 폭주해 권익위가 국민신문고 신청 자체를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시흥시 등 70여개 지방자치단체 민원은 국민신문고에 접수하더라도 지자체용 민원시스템인 ‘새올’로 이첩된다. 그런데 국민신문고 시스템 용량에 비해 새올의 용량이 적다 보니 국민신문고가 접수한 대량의 민원을 모두 새올로 넘길 수 없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민원을 모두 이첩할 경우 전체 시스템 마비 우려가 있어 일시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원 민원 대부분은 약 23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주차난을 이유로 인근 공원의 공영주차장과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연결 보행통로를 설치해 달라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민원을 자동 등록하는 프로그램 사용법까지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제기 인증샷’까지 올리며 민원 등록을 독려하기도 했다.

시흥에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을 연장해 오이도역과 배곧역을 신설해 달라는 민원이 배곧신도시 주민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배곧신도시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선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누적 횟수가 많은 회원에게 경품을 준다는 공지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핌피(PIMFY·이익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대로 ‘님비(NIMBY·기피 시설을 꺼리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으로 꼽힐 만한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최근 수원시 일부 주민은 수원 영덕중학교 인근에 있는 영통소각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량의 민원을 제기했다. 중학교와 인접한 영통소각장의 편의시설인 수원체육문화센터가 ‘폐기물처리시설’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나오자 오랜 기간 운영돼온 소각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기반시설을 둘러싼 지역갈등이 곳곳에서 진행 중인데 이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면 불만이 쌓여 행정시스템 마비 사례도 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는 “그동안 민원의 양에 따라 정책의 중요도가 결정됐던 관행이 부작용을 낳았다”며 “정부가 지역 여론을 제때 수렴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도 반영하는 별도의 사회적 합의 기구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