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코인 넷 수상한 급등… “투기세력 개입 정황”

입력 2021-04-21 04:01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을 하방 돌파한 2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지난 4일 동시 상장했던 네 개의 암호화폐가 급등했다. 전혀 다른 코인 넷이, 약속한 듯 상장 17일째 동시에, 대하락장 속 집단 상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기 세력을 배후로 분석하고 투자에 주의를 요구했다.

20일 오후 5시 기준 업비트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하락세를 이어가며 6000만원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던 중 갑자기 네 종류의 암호화폐가 하락장을 뚫고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름도 생소한 던프로토콜, 엑시인피니티, 스택스, 플로우다. 던프로토콜의 경우 18일 종가가 4650원이었는데 19일 7730원으로 올라서더니 이날 장중엔 1만1030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이틀 만에 13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엑시인피니티는 9030원에서 1만4770원으로 64% 올랐고, 스택스는 2685원에서 3560원(33%), 플로우는 4만3610원에서 5만3670원(23%)으로 동반 상승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특정 시간대 찰나에 치솟았다는 점이다. 던프로토콜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5분간 7135원에서 1만1030원으로 56%나 시가를 쏘아 올렸다. 다른 세 종 역시 유사한 패턴으로 급상승했다. 게다가 이날은 비트코인 급락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 가능성이 제기된 날이다. 특별한 이슈도 없는데 네 개의 암호화폐가 ‘신규 상장’ 테마로 묶여 시중 자금을 빨아들인 것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이날 신규 상장한 아로와나토큰이 오후 2시30분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3시1분 5만3800원까지 치솟아 30분 만에 10만7600% 상승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대해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인투자자는 특정 시점에 시세 급등을 위해 자금을 집중시킬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세력이 주된 원인”이라며 “업계나 학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력들의 시가 조작은 주로 인터넷 인기 투자자나 단체 카카오톡방(일명 리딩방)을 통해 이뤄진다. 물량을 미리 매집한 뒤 이들을 통해 특정 암호화폐 구매 지시를 내리거나 폭등 예고를 흘린다. 이어 세력이 호가를 높여 사들이면 금세 시세가 급등해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최근 2030세대가 공격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공공연하게 시세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처할 방법은 없다. 홍 교수는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한 이니셔티브를 가진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세력은 수익을 실현하고, 개인투자자는 급등세에 올라타 시세차익을 보고, 거래소는 수수료 수입이 많아지니 눈감는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을 자본시장으로도 볼 수 없어 금융감독원이 나설 경우 월권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지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