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총소득 2년 전으로 뒷걸음… 저소득층일수록 더 ‘타격’

입력 2021-04-21 04:02
지난해 코로나19가 민생을 직격하면서 전체 가구의 총소득이 2년 전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감소가 극심했고 고액 자산가의 자산 규모 증가율이 하위 계층보다 크게 높아지는 등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 젊은층의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을 반영하듯 20대 투자자들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년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전국 만 20~64세 취업자(근로자·자영업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보통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78만원으로 전년(486만원)보다 1.6% 감소했다. 2016년 시작된 이 조사에서 가구 월평균 소득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월평균 소득 1구간(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원에서 183만원으로 3.2% 감소했다. 반면 5구간(상위 20%)의 경우 902만원에서 895만원으로 0.8% 감소하는 데 그쳤다. 5구간 소득 대비 1구간 소득 배율은 2017년 5.2배를 기록한 이후 2019년 4.76배까지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4.9배로 반전됐다.

총자산 구간별 평균 보유자산을 보면 1구간의 경우 2019년 2702만원에서 지난해 2715만원으로 0.5%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2구간은 1억3691만원에서 1억3525만원으로 1.2% 감소했다. 반면 4구간은 4억9289만원에서 5억2477만원(6.5%), 5구간도 11억5107만원에서 12억374만원(4.6%)으로 증가했다.

자산별로는 부동산 비중이 2018년 75.9%, 2019년 76.0%, 지난해 78.0%로 지속 상승했다. 최근 몇 년 새 이어지는 부동산 폭등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자산 규모는 5구간은 9억3257만원에서 9억8584만원으로 5.7%, 4구간은 3억6668만원에서 4억1011만원으로 11.8% 증가했다. 반면 1구간은 656만원에서 600만원으로 8.5% 감소해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가계부채 비율은 모든 소득 구간에서 공통으로 10% 포인트 안팎 상승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자산이 크게 늘어난 소득 3, 4구간의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며 “1구간도 9.6%나 빚이 늘어 저소득층의 부채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비율은 20대에서 크게 증가했다. 20대 주식투자 비율은 23.9%에서 39.2%로 15.3% 포인트나 늘었다. 이는 전체 평균 증가율(8.3% 포인트)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20대의 월평균 주식 투자 금액은 49만원으로 30대(53만원), 40대(51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0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9년 적금과 청약에 52.2%를 넣어 안정적 투자 기조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45.0%로 줄어들었다. 반면 주식 투자는 10.4%에서 19.9%로 확대됐다.

주식 투자금 마련 방법에서도 ‘금융상품 해지 또는 보유자산 처분’ 비율이 24.8%로 30대(27.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대출을 받거나 빌리겠다’는 응답도 30대가 17.4%, 20대가 15.6%를 기록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20대 주식투자자의 마이너스 통장 부채 잔액은 75만원에서 131만원으로 75%나 늘었다. 이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20대(36만원)의 3.6배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