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비대면 생활을 책임지는 ‘숨은 영웅’ 택배·콜센터 노동자들이 오히려 높은 감염 위험, 취약한 노동환경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회가 노동문제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신앙적인 측면에서 책임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인권·평등위원회(위원장 이종삼 목사)는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인권선교정책세미나:노동과 인권’을 열었다. 총회 도농사회처 총무인 오상열 목사는 “감염병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노동자들에 더 집요하게 파고들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드러냈다”며 “악화한 노동 현실과 인권을 짚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참석해 산업재해 현장의 취약성을 증언했다. 김 이사장은 “사고 난 지 사흘 후 현장을 가봤는데 분진이 심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헤드라이트도 없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일을 하더라”며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해 2400명이 산업재해로 죽고 있다. 끔찍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활동가와 노동자 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에서 활동하는 오현정 상담사는 택배·콜센터 노동자의 현실에 초점을 뒀다. 오 상담사는 “우리 사회의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노동자의 안전은 공동체의 안전과 직결되는데, 코로나19 감염 이후 택배·콜센터 노동자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택배 노동자는 공적마스크 배분 대상에서 제외됐고, 콜센터 근로자는 환기되지 않는 좁은 사무실에서 집단 감염의 두려움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오 상담사는 확진자가 겪는 차별과 낙인이 코로나 블루(우울증)와 방역 장애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국무총리가 ‘공무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엄중 문책한다’는 지침을 발표하는 등 감염병의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확진 자체를 두려워하는 응답자(59.9%)보다 확진으로 인한 비난과 손해를 무서워하는 응답자(61.3%) 비율이 더 높았다.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노동문제 해소를 위해 교회가 관련 연구와 선교정책 수립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선 4월 마지막주 노동주일을 맞아 성도들을 대상으로 설교문 및 10가지 약속을 공모하는 등 관심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