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부활-생존-NBA 클래스 ‘3대 관전 포인트’

입력 2021-04-21 04:05

남자프로농구 KBL 시즌을 결산할 마지막 무대에 단 4개 팀이 남았다. 21일 정규시즌 우승팀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1차전을 시작으로 시즌 3위 안양 KGC와 정규리그 준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의 플레이오프(PO) 경기가 다음 주까지 교대로 이어진다. 정규리그 종료 뒤 휴식을 취한 두 팀과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경쟁력을 재확인한 두 팀이 어떤 승부를 보일지가 농구 팬들의 관심사다.

전창진 KCC 감독의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부활’이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렸다. 한때 승부조작 스캔들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불명예를 안았던 그는 감독직 복귀 2년 만에 구단을 완벽하게 재정비하며 명가 KCC를 정상으로 올렸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다면 부활 서사가 완성된다. 그로서도 2008-2009시즌 이래 12년 만이고, KCC로서도 2010-2011시즌 이래 10년 만이다. PO 상대 전자랜드에는 정규리그 전적이 4승2패로 앞선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두 시즌 전인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을 정규리그 8위로 마치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가드 양동근이 은퇴, 이번엔 성적을 내기가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높이를 강점으로 삼는 견고한 농구로 강력함을 되찾았다.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덕에 아직 보유한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PO에서 얼마나 보여줄지가 팬들의 관심사다.

전자랜드는 살아남은 4개 팀 중 가장 절박하다. 모기업이 다음 시즌 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새 주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구연맹은 지난달 초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이날 관계자에 따르면 연맹은 인수 의사를 제시한 기업과 협상 중이다. 좋은 조건으로 인수가 이뤄지기 위해선 구단 성적이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6강 PO 대진에서는 행운도 따랐다. 상대였던 고양 오리온의 핵심전력 이승현이 부상으로 3차전까지 결장하면서 앞선 1·2차전을 기대보다 가볍게 따내 승기를 잡았고, 결국 시리즈를 4차전 만에 끝냈다. 유도훈 감독의 ‘달리는 농구’가 좋은 흐름을 탄 데다가 지난 2월 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조나단 모트리도 고비마다 뛰어난 활약으로 보탬이 되고 있다. KCC를 상대로도 초반 원정 2경기를 잘 버텨내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규리그 후반 최고의 화제는 단연 KGC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였다. 미 NBA 명문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주전 빅맨 자리를 꿰차며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해냈던 그가 한국 무대에 들어온다는 자체부터 ‘역대급’ 소식이었다. 합류 시점부터 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한 그의 활약은 막판 KGC의 도약에 큰 힘이 됐다. 부산 KT와 6강 PO에서도 경기당 평균 28.0 득점에 리바운드 10.3개로 KGC의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설린저의 영향력은 지표로만 평가할 수 없다. 자신에게 집중마크가 들어왔을 때 동료를 살리는 패스도 능숙할뿐더러 높은 농구지능(BQ)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 역시 수준 높다. 김승기 KGC 감독은 KT와 2차전 승리 뒤 “경기를 읽을 줄 아는 선수”라며 “우리 수비 패턴을 이미 이해하고 있더라. 트랩 수비를 해야 한다고 먼저 말했는데 타이밍을 너무 잘 맞춰주니 상대가 2대2 플레이를 못 한다”고 극찬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