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박사 ‘인술의 삶’ 무대 위 공연으로 기린다

입력 2021-04-21 03:01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를 주제로 한 무용극이 나온다.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김옥련발레단은 다음 달 7일과 8일 양일간 3차례 무용극 ‘부산시민 장기려’(포스터)를 무대에 올린다고 20일 밝혔다.

김옥련발레단은 부산의 역사적 인물, 사건 등을 소재로 공연 콘텐츠 ‘부산갈매기’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2019년 시리즈 첫 번째 공연으로 김민부 시인의 삶을 조명했다. 장기려 박사는 약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평안북도 용천 출신인 장기려 박사는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의사로 발을 디뎠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는 기회가 없었던 대전도립병원 외과 과장으로 추천받아 일했으나 나라를 빼앗은 일본인과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평양연합기독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평양의과대학 외과 교수로 일하던 중 한국전쟁으로 월남, 피난민들이 가득한 부산에 1951년 복음병원(고신대병원 전신)을 세웠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장 박사는 죽을 때까지 복음병원 옥탑방에서 기거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박애와 봉사의 인술을 펼쳤다.

장기려 박사는 ‘건강할 때 이웃 돕고 병났을 때 도움 받자’는 표어 아래 한국 최초 사설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이후 대한민국 의료보험제도의 모티브가 됐다.

‘부산시민 장기려’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연출을 맡은 유상흘 연출가는 “모범이 될 만한 부산시민을 찾던 중 대형병원 원장님이 옥상에 기거했다는 글귀를 보고 장기려 박사 생애를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유 연출가는 “지금도 장기려 박사님과 관계된 살아 있는 에피소드가 너무나 많다. 이를 작품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것이 자본으로 귀결되는 이 시대에 장기려 박사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이타의 정신을 갖춘 성숙한 시민이 실재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