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였다.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나 힘들어서 못 견디겠어. 나 여행 좀 시켜줘요.” 그해 7월 장로님들은 미국 큰딸 집으로 휴가를 보내 줬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해서도 휴식할 수 없었다.
미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친구 목사가 집회 일정을 잡아 놓은 것이다. 40일가량 머물렀는데 한 주도 쉬지 못하고 부흥회와 연합집회를 했다. 미국에서도 사용해 주시는 주님 은혜를 생각하며 집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한다 해도 하나님이 병을 주면 병들 수밖에 없다. 암을 주시면 암에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9월 가을 부흥회가 시작됐다. 몸은 피곤해도 설교 강단에만 서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말씀을 전했다. 아무래도 이상해 동네 병원을 찾아서 종합검사를 했다. 검사결과는 염증과 암 수치가 높다는 것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재검을 받았다.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하세.”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가는데 찬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내는 벌벌 떨고 있었다. 의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암 2기입니다. 수술하셔야 합니다.”
집에 도착한 후 교회로 달려가 기도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2시간쯤 기도한 것 같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암 때문에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주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만 바라보라, 주 앞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라, 주님께 모든 것 맡겨라, 그리하면 주님께서 이루시리라’는 감동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리고 사명이 끝나는 날까지 충성하겠다고 고백하며 기도했다. “주님, 제가 고침을 받아서 치료받은 자의 모델이 되게 해주세요. 주님,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암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명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길 잃은 양이다. 목사도 사명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길 잃은 목사다. 감독자 되신 예수님이 나를 감독하고 인도하고 책임지시는 하나님의 기적이 내 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찬송이 마음속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백석대에서 전화가 왔다. 제1회 개혁주의생명신학 공동체 포럼을 민경배 교수, 권성수 대구 동신교회 목사와 같이하는데 주강사로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순종의 마음으로 대답은 했으나 약해진 몸이 걱정됐다. 기도 중에 시편 103편 말씀으로 감동을 주셨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사명이 있는 자는 죽이지 않으신다. 할렐루야.”
개혁주의생명신학 포럼을 진행했는데, 백석대 전 임직원 영성 집회를 해달라는 요청이 또다시 들어왔다. 교수님들 앞에서 어떻게 영성 집회를 하는가 했지만 학교에서는 반드시 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기도원으로 올라갔고 이후 임직원 영성 집회도 잘 마쳤다.
2018년 12월 31일 신생중앙교회 송구영신 예배 때 성찬식과 전 교인 축복기도까지 인도했다. 2019년 1월부턴 신년축복 성회를 4일간 인도했다. 누가 나를 암 환자라고 생각했을까. 목자 되신 예수님, 감독자 되신 예수님을 붙드니 암 환자란 생각이 없어졌다. 사명에 불타니 말씀을 전할 때마다 기쁨과 감사가 넘쳤다.
주일 설교를 마치고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교인들이 걱정할까 봐 일절 말하지 않았다. 일주일간 휴가를 간다고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실로 들어가며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만약 여기서 내가 죽어도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을 지켜 주세요. 교회를 지켜 주세요.’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나를 담당했던 의사는 무통 주사를 놔주지 않는 의사였다. 너무 아파서 ‘주여’ 하고 부르짖는데, 물과 피를 다 쏟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모습이 생각났다. 눈물이 났다.
치료는 하나님이 하셨다. 진통제도 항암제도 먹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도 하지 않았다. 병실에 오니 심장 수술을 한 교인이 기도해 달라며 전화가 왔다. 그 성도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5명의 성도를 위해 기도해줬는데 너무나 감사했다.
퇴원하는데 의사가 수술한 곳이 잘못될 수 있으니 절대로 설교하면 안 된다고 했다. 토요일에 퇴원해 주일 축도했다. 다음 날 새벽에 나와 기도를 하는데 주님의 당하신 고난이 생각 났다. 나를 위하여 채찍에 맞으신 예수,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너무나 큰 고통 속에 통곡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는데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감동에 하나님의 사명자로 다시 태어남을 감사하며 기도를 드렸다. ‘주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목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목사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 있었을까.’ 그저 황송할 따름이었다. 하나님은 소명자를 가만두지 않으신다. 아니, 붙들어 더욱 사용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