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5)이 검찰 송치 때 밝혔던 심경은 변호인과 조율 없이 혼자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 요청에 마스크를 벗은 것도 그가 미리 계획한 시나리오의 일부였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으로 1심 선고를 앞둔 양모 장모(35)씨가 결심 공판에서 한 최후 진술 역시 변호인과 상의 없이 마련됐다. 20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김태현은 서울북부지검에 송치되기 전날인 지난 8일 도봉경찰서에서 자신의 국선 변호사에게 접견 요청을 했다.
이 자리에서 변호인은 취재진 앞에 서서 밝힐 입장문 내용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김태현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별도의 조력을 거부했다고 한다. 앞서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도 변호인 도움을 거부한 채 조사를 받았다.
김태현이 마스크를 벗은 행동도 미리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진기자들이 요청을 하면서 마스크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이미 얼굴 공개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변호인과 만난 김태현은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식으로 벗을 것인지 변호인이 물었지만 역시 “내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후 16개월이던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씨 역시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진술서를 읽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 측 변호인은 20일 “문구에 대해서는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장씨는 최후 진술에서 “완벽했던 우리 공주를 내가 꺾어버리고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지만 살인의 고의성은 끝까지 부인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행동은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타인과 제대로 된 신뢰 관계를 형성해 보지 않아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는 심리에 취해 있는 것”이라며 “(두 사람은) 여론 조성에서도 더 효율적인 방식을 자신이 더 잘 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전성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