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역 이전으로 마을 공동화가 심각했던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성동은 1970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이 자리 잡은 후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이 속속 들어서면서 32년간 법조타운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2년 법원과 검찰이 무실동으로 이전하면서 주변에 있던 사무실도 함께 자리를 옮겼다. 게다가 지난 1월 원주역이 81년 만에 무실동으로 이전하면서 학성동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마을 공동화 극복을 위해 도시재생사업이 추진 중인 학성동 역전시장에 생기가 넘치고 있다. 역전시장 32개 점포 중 2곳은 지역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인 ‘은방울 수다방’과 ‘역전연가 카페’로 운영 중이다. 지역 활성화 취지에 공감한 건물주가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했다.
7곳 점포엔 지역 예술인이 입주해 주민과 함께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최근 역전시장에 대형 벽화와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낙후된 시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했다.
올해는 역전시장 상인과 주민이 ‘역전 사랑방’이라는 마을공동체를 조직, 원주시 여성친화마을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점포 주인이 1년간 자리를 무상 제공했다. 도서관 이름은 ‘눈치 없는 도서관’이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이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이용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기부하고, 강원랜드 직원들이 일주일간 모은 책 300권을 기증하며 도서관 조성에 힘을 보탰다.
도서관은 오는 28일 개관한다. 원주시 장애인 주간 활동 제공기관인 피어라풀꽃과 학성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운영을 돕는다.
학성동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내년 말까지 한마음 주민공유 공간, 여성친화문화공간 리모델링 공사, 학성문화공원, 주민 커뮤니티센터, 문화예술 공간 조성 등이 추진된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