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벧샬롬교회는 올해 부활주일 특별헌금으로 모금한 금액 694만6000원을 전액 미얀마 민주화 사상자를 돕는 데 기부했다.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으로 민주화 운동 등 사회 참여에 다소 소극적인 신학적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지금 피 흘리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는 41년 전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강도 만난 우리 이웃입니다. 광주에 있는 교회로서 조심스레 용기를 냈는데, 성도들이 호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2015년 벧샬롬교회에 부임한 김형익(59) 목사의 말이다. 김 목사는 교리 강의와 복음적 강해 설교로 기독 출판계에서 주목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두란노 바이블칼리지 강연 녹화차 서울 강남구의 온누리교회 도곡교육관을 찾은 그를 만나 미얀마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위한 모금에 나선 까닭과 교리 및 독서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를 들었다.
강도 만난 자의 ‘참 이웃’
건국대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한 김 목사는 선교사 출신 목회자다. 인도네시아 선교사(1991~95)와 지피(GP)선교회 대표(1996~2003)를 역임하고 미국 워싱턴DC 근교에서 죠이선교교회(2006~2015)를 개척해 목회하다 지금의 교회로 왔다. 광주에 연고가 있던 건 아니었다.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그에게 청빙을 요청한 교회가 광주에 있을 따름이었다. 일면식 없는 이들에게 교회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받은 제안이었지만, 그는 기도 후 청빙을 수락했다.
“전남은 살면서 10번도 안 와본 낯선 지역이었지만, 그럼에도 기도하면서 광주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민주화운동 이전에도 이곳은 조선 시대 귀양지로 알려진 아픔이 있던 곳 아닙니까. 하나님 뜻이 분명 있으리라 믿고 6년 전 이곳에 왔습니다.”
미얀마를 위한 연보에 나선 것도 지역의 아픔을 기억하고, 이를 거름 삼아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였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강도 만난 자를 도운 참 이웃으로 ‘자비를 베푼 자’를 든다.(눅 10:36~37)
“적지 않은 성도들이 민주화 운동의 여파를 직접 겪었습니다. 미얀마 사태가 우리에겐 남 일이 아닌 것이죠. ‘강도 만난 자를 위해 자비를 베풀라’는 주님의 말씀이 무겁게 들려왔습니다.”
어린이를 포함해 200여명에 달하는 교회 성도는 미얀마 땅에 살상이 멈추고 속히 정의가 세워지는 그날까지 계속 기도로 마음을 모을 예정이다.
기독교를 오해하지 않도록
김 목사는 미국 이민교회에서 목회하면서부터 지금껏 두 가지를 강조해왔다. ‘교리 교육’과 ‘기독양서 독서’다. 전자는 성도에게 기독교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안내하기 위해서고, 후자는 기독교 세계관 형성 및 신앙 성숙을 돕기 위해서다.
교리 교육은 신앙생활을 수십 년 해도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성도가 적잖은 걸 본 게 계기가 돼 시작했다. 이를 위해 그는 부임 직후 주일학교에서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 축약본을 가르치고, 성인을 대상으로는 예배 후 구원론, 교회론 등 신앙의 기초를 이루는 교리 강의를 열었다. 모든 연령대가 같이 예배에 참여하는 ‘온 세대 예배’를 드리는 것도 교리 교육의 일환이다. 주일 예배 설교를 들으며 그 속의 교리를 짚어내는 방법을 전 세대 교인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교회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설교 노트를 작성하고 교리 내용을 정리하는 데 익숙한 편이다. 그는 이런 교리 교육이 성인은 물론 다음세대 성도가 신앙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성경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기독교가 뭘 믿는 종교인지 알게 됩니다. 설령 믿음이 흔들려도 바른 이해가 있기에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지요. 그래서 교리 교육은 ‘영적 고향’을 마음과 머리에 심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를 넘어서는 신앙생활
교회가 제공하는 기독양서 목록은 대부분 김 목사의 추천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천로역정 같은 기독 고전이 선정되는 편이다. 두꺼운 고전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지 않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그는 “그래도 설교나 강연 형식으로 기독 고전의 내용을 풀면 홀로 직접 읽는 것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교회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기독양서를 서로 추천해주는 ‘나의 인생책 이야기’ 사역도 도입했다. 삶에 결정적 영향을 준 책을 알면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는 “기독고전 강의를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아이디어였는데 다들 반응이 좋다”며 “책으로 신앙뿐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는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교회는 ‘기독 시민의식 함양’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번 코로나 시국 속 한국교회의 실책은 오히려 하나님이 준 일종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교회가 성도의 시민의식에 신경을 못 썼으니 앞으로 잘 해보라는 것이죠. 이번 기회로 기독 시민의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새롭게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웰컴 투 처치]
▶
▶
▶
▶